조직에서 보스나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는 일 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해야 할 것들을 챙기는 사람은 때로는 슬로 스타터로 푸대접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본질에 충실할 때 당신의 존재는 언젠가 빛날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말도 이런 맥락이어서 소개한다.
큰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소한 일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걸 당연시하는 태도는 쇠퇴의 시작이다.
인류를 존중한다면서 자기가 부리는 하인을 괴롭히는 것, 조국이나 교회나 당은 신성하게 받들면서 그날그날 자기 할 일은 엉터리로 대충 해치우는 데서 모든 타락이 시작된다. 이를 막는 교육적 방책은 오직 하나뿐이다.
즉 스스로에 대해서든 타인에 대해서든 신념이나 세계관이나 이른바 거창하고 신성한 모든 것은 일단 제쳐두고, 대신 사소한 일, 당장에 맡은 일에 성심을 다하는 것이다. 자전거나 난로가 고장 나서 기술자에게 수리를 맡길 때 그에게 요구하는 것은 인류애도 애국심도 아닌 확실한 일 처리일 것이요. 그에 따라 그 사람을 평가할 것이다. 그게 당연하다. - <헤르만 헤세의 핵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P.50
꼼수와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날카로운 팔꿈치로 조직에서 일시적으로는 용케도 잘 나갈 수는 있지만 영원히 그렇게 살 수는 없다. 우직하게 가지만 자신의 가치를 꾸준히 끌어올리는 사람은 언젠가 인정을 받는다. 낭중지추의 기량이 있어 그 재주를 곰처럼 부릴 때 논공행상의 윗자리는 다른 이가 차지해도 개의치 말고 본질에 충실하다면 기회는 있을 것이다. 자신의 방식대로 집요하게 황소처럼 파고들어 추가시간에 골문을 활짝 연 한국 축구의 저력처럼 당신의 가치는 언젠가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