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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피아니스트의 인생과 예술
by
호림
Dec 5. 2022
장수한 예술가들은 많다.
파블로 피카소.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여기에 후지코 헤밍은
여든을 흘쩍 넘긴 일본의 여류 피아니스트다.
한국인에게 연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파리의 피아니스트> 할머니를 다룬
다큐멘터리 는
언젠가
봐야겠다던 영화로
추운 날씨에 꼼짝하지 않고 있다가
문득 떠올라서 집안에서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해 봤다.
요절한 예술가들도 많지만
인생도 길고 예술도 긴 경우도 제법 있다.
장수시대가 되면서 고령 예술가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라 캄파넬라> 연습 때는
자신감을 잃은 듯이 보였지만
작은 실수들은 누구나 있을 수 있다고
중얼거린다.
대가들도 자신의 연주를 돌아보면
실수가 한 양동이가 될 정도라고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명품 도자기에 작은 흠이 있어도
그것은 가치가 있지만
대량 생산되는 흔한 기성품 그릇은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가치가 없어져 버려야 한다는
대사가 울림을 준다.
클래식과 예술은 그런 것이 아닐까.
자신의 삶과 그릇을
크게 만들려는 사람이 되어야
'클래식'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후지코 여사는 하루 4시간의 연습은
어떤 경우도 거르지 않는다고 한다.
전쟁과 가족과의 이별,
무국적자로 어렵게 성사된 독일 유학,
60세 가까운 나이의 프로 연주자 데뷔가
후지코 할머니의
범상치 않은 인생 이력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청력 상실의 아픔을 가진 늙은 연주자가
같이 사는 늙은 고양이처럼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앓고 난 후
오른쪽 귀가 완전히 먹었고
왼쪽 귀 40% 정도만의 청력을
지니고 있다고 있다고 한다.
고령에 연주자로
악조건 속에서도
매니저도 없이
세계 곳곳을
일 년의 절반 이상 누비고 다닌다.
음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다리의 장애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만의 경우보다
애처로웠다.
검은 화면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드뷔시의 달빛이 흐른다.
베토벤의 <월광>은
한자어가 제목이지만
드뷔시의 <달빛>은
왜 한글로 제목을 표기했을까.
그렇지만 드뷔시의 <월광>보다는
아무래도 <달빛>이 어울린다.
후지코 할머니의 삶도
이제 달빛처럼 은은히 지고 있었다.
그녀도 한 때는 누구보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라 캄파넬라>를 날렵하고
자신만만하게 연주한 청춘이지만
가끔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은 듯
연습 때 한숨을 쉬기도 한다.
박수가 없는 무대 뒤 예술가의 삶은
쓸쓸한 달빛처럼 외로워 보였다.
Ingrid Fuzjko Hemming Piano solo concert // La Campanella,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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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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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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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클래식' 을 찾고 그 울림과 떨림을 나누고자 한다. 몇 권의 책으로 대중들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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