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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처음 수신된 신호
by
호림
Jan 1. 2023
하루 사이 한 살을 더 먹었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노화를 걱정하고 대비하는
부지런함 때문에
안티 에이징 산업은 번성하고 있다.
그 이면에
공산품의 유통기한처럼 사람들을 평가하는 천박한 기류,
거기에 화장술로 자신의 외모는
정성스레 가꾸지만
지성은 점점 더 메말라 거는
모습 또한 보인다.
해가 갈수록 찬란한 미모와
젊음을 잃어가던 여배우에게
나이 듦에 대한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이 배우는 품격 있게도
이런 말을 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
오르는 과정은 조금 힘들지만
오를수록 경치는 더 아름다워진다.
- 잉그리드 버그만
새해에는 어느 시인의 질문처럼
진정한 자신의 삶과
지혜를 찾아볼 일이다.
생활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삶은 어디에 있는가?
지식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정보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식은 어디에 있는가?
- T. S 엘리엇
책꽂이를 정리하다
문득 책들을 바라본다.
내 생의 많은 부분을
함께 살아온 책들이다.
내가 읽고 느낀 시간의
소중한 감정과
지식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있을 것이다.
때로는 너무 낡아서
공간을 잡아먹은 애물단지가 되어
한갓 폐지가 될 운명의
책들도 보인다.
내 지성울 채운 공로로
비좁은 책꽂이의 공간에
버틸만한 책은 예외다.
책은 삶의 한 부분이다.
때로 현실의 무게가 짓누를 때도
위안을 주었고
책을 쓰기 위한
소중한 재료가 되었다.
새해에도 책들은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달림으로써 달리는 법을 배우고
일함으로써 일하는 법을 배우듯이
사랑하면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라
-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수도사의 멋진 말이다.
우린 삶의 한정된 시간에
진행형으로 답을 찾을 뿐이기에.
시행착오조차
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축구공이 그의 발에 달라붙으면
시가 된다는 축구황제 펠레도
지난 그믐날 사망했다.
펠레의 유언,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는 말은
싱거워 보일 수도 있지만
울림이 크다.
인생은 다투기보다
사랑하기에도 짧기에.
부지런히 읽고 쓰고
일하고 사랑하는 것,
싱거워 보여도
그것보다 진한 삶의 목표가 있을까.
그중에서
'호모 사피엔스'라는 직업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거룩한 일,
지난 일을 반성하고
내일을 '생각하는' 새해 아침이다.
내 무딘 뇌의
와이파이에도 감지된다.
족보를 거슬러
아득한 시간을 타고 온
선조들이 보낸 신호가.
더 많이 생각함으로써
지혜로워지는 법을
배우라는 메시지와 함께.
아마도 어느 동굴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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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
직업
기획자
삶에서 '클래식' 을 찾고 그 울림과 떨림을 나누고자 한다. 몇 권의 책으로 대중들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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