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의지를 가진 희망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삶에서 가장 큰 포기는 죽음이리라. 그렇지만 죽을 권리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고 단언한 스토아 철학자가 있었다.
- 가이우스 무소니우스 루푸스
이런 멋진 말이 적용되는 이들을 떠올려보면 베토벤과 반 고흐가 첫 손에 꼽힌다. 귀가 먹는다는 건 음악가로서 절망의 골짜기에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일 것이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이나 9번 교향곡 <합창>은 청각장애 상태에서 고투하며 피로 쓴 악보다.
베토벤이 그의 형제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그의 심정이 절절이 베여있다. 반 고흐도 동생 테오에게 자신의 심경을 편지에 토로하며 그림 그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후대를 위해 뭔가를 남겨야 된다는 강박을 지닌 선지자처럼.
생전에 판 그림은 <아를의 붉은 포도밭>, 단 한 점이 전부인 이 궁핍한 화가는 귀를 잘라서 붕대를 감은 상태에서도 그 모습을 그리기도 하며 쉼 없이 그렸다. 정신병원에서는 자신을 치료한 의사를 그렸다.
죽음을 쉽게 선택하지 않았기에 인류는 이 거목들의 그늘 아래서 낮잠을 즐길 수 있다. 거인들이 가진 예술에 대한 '열정'이라는 거름 덕분에.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은 베토벤의 건강이 여의치 않았을 때 요양차 갔던 바덴바덴의 어느 산책길에서 악상을 떠올려 작곡한 것으로 전해진다. 잠잠한 호수와도 같은 마음이 열정이라는 에너지를 받아서 한 순간 폭풍 같은 포효로 변하는 듯한 아름다운 선율이 휴일 아침을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