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사랑하라고?

by 호림

아모르파티! 운명을 사랑하라고 합니다. 등 따시고 배부르거나 어느 정도 살만하니까 그런 말을 했다면 설득력이 약했을 것입니다.

이런 삶의 궤적을 가진 사람의 말이라면 귀담아들을만하지 않을까요.


다섯 살에 부친을 잃었다. 특유의 총명함으로 어린 나이에 스위스 바젤 대학의 교수가 되었지만, 병으로 10년이 채 안 돼서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되지 않은 연금으로 생활했기에 한겨울에 난방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제자였던 여성에게 한 구애는 실패했다. 책을 출판하려고 했지만, 원고는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자비로 출판한 책으로 제법 명성을 얻어 형편이 좋아지는가 싶었는데, 45세 이후 거의 10여 년을 병석에서 식물인간처럼 지냈다.

그럼에도 프리드리히 니체는 운명을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 또한 가혹한 운명 앞에 고개를 떨군 시절이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아 죽기 직전에 몰렸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삶은 선물이기에 사랑하고 행복하라고 하고 태양을 보라고 했습니다.


그는 얼마 안 있으면 유형지에서 가혹한 운명처럼 자신을 괴롭혀 지긋지긋하기만 했던 시베리아의 살을 에는 칼바람도 맞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서운하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칼바람마저도 정겹게 느껴지는 삶, 그 절실함에 신이 응답했는지 사형은 몇 년형으로 감형되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아갔습니다.


모진 운명에 맞선 이들은 예술 쪽에도 많습니다. 완전치 못한 정신과 신체도 영원을 남기려는 예술가의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슈베르트, 베토벤, 반 고흐.....

일본의 전설적인 경영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가난과 허약하게 태어난 몸, 별 볼일 없었던 학력을 자신의 성공비결로 꼽았습니다.


가난하게 태어났기에 기댈 언덕이 없어 부지런히 일할 수밖에 없었고, 허약하게 태어났기에 매사에 절제하고 신체를 단련해 강건한 몸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은 겸손하게 누구에게서나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불평은 돌멩이 하나도 옮길 수 없지만,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은 시시포스의 바윗덩어리를 묵묵히 옮길 수 있습니다. 설사 그 바위가 다시 흘러내리더라도 개의치 않고 다시 밀어 올리는 삶을 즐기면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Also sprach Zarathustra)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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