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보다 더 나간 카텔란

by 호림

엘마전 신기한 바나나가 한국에 왔다고 화제가 되었다.


추상표현주의나 개념미술 같은 흐름의 강을 건너온 회화 예술은 다빈치나 라파엘로의 고전적 회화의 영역에서 부단히 영토를 넓히며 때로는 막다른 길로 달린 지 오래다.


가끔 미술시장에서 벌어지는 코미디 같은 이야기들이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다. 언뜻 일과성 해프닝도 그 상황을 만든 스토리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값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여기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가 있다. 그저 평범한 이 바나나는 예술품으로 돌변하는 순간 무려 1억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12만 불짜리 바나나 작품을 판 뒤에 바로 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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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 '코미디언'은 2019년 12월 미국 마이애미 아트 바젤에 출품되었다. 그저 박스테이프로 벽에 바나나를 붙여 놓은 것이 작품으로 돌변한 것이다. 그런데 이 바나나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너무 많은 관람객이 모이자 주최 측에서는 접근 방지 라인을 만들고 보안 요원까지 배치할 정도였다. 겨우 벽에 붙은 바나나 하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의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아트 페어 1년 전부터 바나나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고민했었다고 한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나온 결론은 "바나나는... 그냥 바나나여야만 한다" 바나나를 흉내 낸 것이 아니라, 바나나 그 자체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산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걸까? 작가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당한 것일까? 그것은 결코 아니다. 카펠란은 이 작품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 정품인증서를 팔았다. 어쩌면 카펠란은 작품의 흔적과 기억을 판 것이다. 구매한 사람 또한 예술역사의 한 사건을 구매한 당사자라는 영광을 누린 컬렉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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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종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예술품이란 모름지기 다빈치나 라파엘로의 섬세한 붓질이나 조금 더 후하게 봐서 추상미술이라는 모습으로 사각형 액자에 넣어 근사한 화이트 큐브형 갤러리에 전시된 것이라는.


현대에서 예술작품은 하나의 생각, 기억, 관점 같은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예술가의 예술가 마르셸 뒤샹은 이런 방면의 선구자다. 뒤샹의 변기에서 나아가 카텔란은 18K 황금 변기를 적품으로 내놓고 거기에 줄을 서서 볼 일을 볼 수 있는 무척이나 흥미롭고 비싼 실용적인 제품을 작품이라며 출품하기도 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아메리카', 감히 위대한 아메리카를 변기통 이라니...... 그렇지만 미국에 대한 모독이라고 아무도 작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미국은 하수도 같은 자본주의의 병폐가 변기처럼 잠복해 있다는 풍자가 아닐까.


일찍이 한국에서도 대동강물을 팔았던 김선달이 이런 재치를 보였다. 백남준은 "예술은 사기"라고 비꼬면서 키치스러운 행위예술을 거치며 비디어 아트의 거장으로 우뚝 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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