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된 이야기

클래식을 만든 이야기

by 호림

가끔 창작의 강을 건너며 고독의 시간을 보내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예술가의 고뇌가 느껴진다. 잘 짜인 이야기는 하나의 예술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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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공식처럼 극작의 원리를 꿰면 술술 스토리텔링이 되는 마법은 없을까. 보름달을 보고 계수나무와 토끼 이야기를 생각한 선조들에게 물어볼 일이다.

우리가 접하는 예술에도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오페라의 이야기는 막장이 따로 없는 경우도 있고, 그 속에는 인간 심리의 오묘함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의 미학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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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가 중국 설화를 바탕으로 작곡한 <투란도트>, 공주를 위해 칼리프 왕자가 부르는 절창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들고>(네 순 도르마)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 중의 하나다.


아름다운 투란도트 공주를 품에 안을지 아니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는 순간에 부르는 절창이다. 극의 이야기도 글자 그대로 극적이지만, 영국의 한 경연대회를 통해 배관공에서 이 아리아 하나로 일약 스타가 된 폴 포츠의 이야기도 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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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까짓것 서양의 판소리 아니야 하고 가볍게 넘어가면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시대를 넘어 인간의 보편 심리를 꿰는 무수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보편성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거대한 서사나 멋진 작품 하나 남기는 건 세상의 모든 작가들의 로망일 것이다. 라흐마니노프가 주술에 걸린 듯이 쓴 작품이 대표작이 되는 경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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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는 한 때 3,4년을 한곡도 작곡하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이때 어떤 주술사가 당신은 피아노 협주곡으로 온 세상이 주목하는 작곡가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최면에 걸린 듯 작곡해 그의 대표작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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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을 들어보면 어린 라흐마니노프를 칭찬했던 러시아 클래식의 심장과도 같은 차이코프스키의 분위기가 스며든 듯하다. 어딘가 스산한 듯하고 폭풍처럼 몰아치듯 듣는 이의 감정을 빼앗아가는 라흐마니노프라는 대가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명곡 탄생 배경은 주술사의 힘이라기보다 실은 숱한 몰입과 집중의 시간, 자신을 믿는 자기 최면의 힘이 아닐까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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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고는 하지만 머리를 쥐어뜯는 나날만 보내고 창작의 고통 속에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보름달에 라흐마니노프처럼 좋은 작품 하나 점지해달라고 빌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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