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함을 잊은 포노 사피엔스에게

예술이 된 사랑

by 호림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할 정도가 된 포노 사피엔스에게 편지는 이제 아득한 추억이거나 원시적인 소통 수단이 되어버렸다.

에리히 프롬은 1956년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우리 모두가 ‘고독의 감옥’을 자처한다고 하며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조건이라고 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자신의 동떨어짐을 극복하려는 것보다 혼자만의 감옥에서 탈출하려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프롬이 이런 말을 할 때와 조건은 많이 변했다.


지금은 극도의 통신 소외계층이 아니라면 지구 상 어디든지 웬만하면 바로바로 통화가 된다. 고독을 감내하고 속앓이 하면서 사랑을 키워가는 것은 미련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포노 사피엔스로 우리를 진화시킨 기술의 변화를 넘어 보름달처럼 꽉 찬 사랑은 우리를 언제나 감동시킨다.

편지로 연락하던 시대에 어렵게 남녀가 처음 전화 연결이 되었을 때의 대화는 이랬다.


"당신인가요?"

"그래요."

"나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얼굴도 모르는 남자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여자에게 전화로 청혼한 것이다.

"네, 그럴게요."


청혼도 대답도 놀랍다. 두 사람은 지금 아름다운 도나우강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서로 나보다 조금 일찍 죽으라고. 사랑하는 사람이 혼자 외롭게 이 세상에 남겨질까 걱정하면서. 시인이자 문학박사인 서독의 라이너 쿤체와 체코인 여의사의 편지 교제는 체제와 이념의 장벽이 가로막은 시기에 있었다.

라이너 쿤체가 시를 썼고 우연히 서독 방송국에서 방송되자 쿤체에게 체코슬로바키아 의사에게서 편지 한 통이 왔고 이후 두 사람은 400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서독, 동독, 체코를 잇는 긴 우편 행로를 통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사랑을 키우던 중 문득 친구의 집 전화기로 남자가 프러포즈하고 여자는 담담히 수용한다.

서로 혼자 남게 되어 외롭지 말라는 절실한 사랑이 포노 사피엔스를 감동시킨다. 쿤체의 시구는 절실한 사랑이 문학이라는 예술이 된 경우다.


나보다 일찍 죽어요

조금만.

당신이

집으로 오는 길을

혼자 와야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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