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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Aug 16. 2023

사피엔스의 두뇌와 용모

"선생님의 머리와 제 용모를 닮은 아이가 태어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설의 무용기 이사도라 던컨이 노벨상 수상작가 버나드 쇼에게 했던 말이다. 이에 쇼는 "그 아이가 내 얼굴과 당신의 머리를 닮는 다면 어떨까요?"

이 이야기는 아인슈타인과 마를린 먼로를 대입한 조크로 회자되기도 했다.


인간은 대부분 스스로 유전자를 골라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물론 현대과학에서는 정자와 난자 은행에서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기는 하지만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 그러기에 현실에서는 천재 과학자의 머리와 배우의 용모를 원하는 대로 합성할 수는 없다.


삶에서 남보다 열등한 면을 보면 끝이 없기에 자신의 강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NS 상에는 무수한 자랑질이 넘친다. 남들의 화장한 얼굴과 포장된 모습을 자신의 생얼과 비교하지 말라는 어떤 현인의 당부가 있었다.


일찌기 살아남는 종은 힘센 종도 영리한 종도 아닌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찰스 다윈이 꿰뚫어 보았다.

남들보다 우뚝한 장점이 없는 대다수의 사피엔스들은 '희망'이라는 막연할 수 있지만 대단한 항해수단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 힘으로 거친 풍랑을 헤치며 목적지를 향해 뚜벅뚜벅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서양 속담에 '성공'은 아버지가 여럿이지만 '실패'는 고아라고 한다. 역사에 남은 이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인사는 무수한 실패로 점철되어 있다. 국가의 중대사도 실패할 경우가 있디. 그렇지만 그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입양해서 잘 키우면 성공으로 만들 수 있다.


실체가 불분명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친 당신의 자존심 또한 누구도 쉽게 다치게 할 수 없다. 그리스의 현인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더 대왕이 찾아와 소원을 물었으나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제발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비키라고 했다.


알렉산더는 대제국을 호령하다 33세로 단명했지만, 디오게네스의 자존심을 가졌던 예술가들은 현실의 고통에 굴복하지 않고 영원을 사는 작품을 남겼다. 시대를 넘어 살아남은 작품들은 아직 당신 자신의 인생이 대단한 작품이 될 가능성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대왕의 위세에 쉽게 굴하지 않았던 디오게네스처럼.


희망을 가지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DNA는 결코 선천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당신이 매일 하루치의 삶을 살면서 부단히 진화하며 당신의 뇌에 새기며 DNA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미녀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던 버나드 쇼는 그걸 일찍 간파한 것이 아닐까.


KATICA ILLÉNYI: I Will Wait For You - The Umbrellas of Cherbourg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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