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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Aug 19. 2023

클래식의 변모

100년 후에도 베토벤, 모차르트는 계속 연주되고 오늘과 같은 무게로 회자될까요. 청년의 질문에 답하기 전에 클래식 음악이나 예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바로크, 고전, 낭만시대를 거친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사피엔스의 역사에 비하면 너무나 짧은 300여 년이지만 음악이 체계화되고 악기의 개량과 표준화 같은 역사를 거치며 인류 보편의 감성에 다가간 측면이 있다. 물론 대가들이 지속적으로 출현해 명맥을 잇고 혁신의 기운을 불어넣은 점도 중요한 요소였다.   


동시대에 어느 정도 인정받으며 클래식의 계보에 당당히 버티고 있는 작곡가들도 있지만 때로는 시대를 거슬러 재조명되어 평가 점수가 확연히 달리진 경우도 있다. 냉전기류가 강한 1970년대에 소련의 음악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서방세계에 달가운 음악이 아니었다. 뉴욕필을 이끌고 내한공연을 계획한 레너드 번시타인의 레퍼토리에는 쇼스타코비치가 들어있었다. 소련 음악가를 달가워하지 않았던 당국의 반대에 부딪히자 번시타인은 차라리 서울에 가지 않겠다고 하며 내한공연을 성사시킨 바 있다. 번시타인의 뚝심 덕에 쇼스타코비치가 만든 선율은 서울에 울려 퍼졌고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가 중의 하나가 되었다.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도 한때는 서양음악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무명에 가까운 작곡가였다. 음악사적으로 라흐마니노프는 쇤베르크의 무조음악이나 다양한 실험이 주목받던 시기에 시대를 거슬러 낭만주의적인 복고 흐름을 보였다. 그렇지만 음악의 본질의 하나인 아름답고 낭만적인 선율에 세계의 클래식 팬들은 환호했고 동서나 이념을 넘어 사랑받는 곡을 남겼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클래식 중의 클래식으로 한국인들의 최애곡 조사에서 늘 상단을 차지한다. 

  

올해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가의 하나인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이다.  3년 전에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한 음악회들이 세계 각지에서 열리며 베토벤을 기렸다.  구스트프 말러의 200주년이나 다른 대가들의 50년 100년 단위의 기념행사들은 줄을 이을 것이다. 500년 후에도 클래식으로 남을 예술가들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클래식으로 남울 선율의 싹을 틔우고 있을 것이다.


동시대 음악에 열광하는 청춘들도 어느 시기를 지나면 오래 살아남은 선율에 귀를 맡기는 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Dmitri Shostakovich - Waltz No. 2 - Klassik Open Air 2015 Nuremberg (TV)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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