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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Aug 23. 2023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라

대구 외곽의 어느 촌동네에서 자랐던 소년이 청년이 되어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리며 "예술가는 비포장 도로를 걷는 자"라고 한다. 청년은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우다 작곡을 배우고 또 지휘라는 영역으로 달려오며 자신의 길을 바꾸기도 하며 넓혀 왔다.  청년은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얼마 전 수상한 윤한결로 K클래식의 실력을 기악과 성악에 이어 지휘에까지 세계에 알렸다.   


학창 시절 친구와 대화를 하다 학업에 대한 키재기가 생각난다. 학업성취도를 측정할 때는 1등부터 100등까지 줄을 세울 수밖에 없다. 친구에게 건너서 들은 사회생활의 모습은 그때의 키재기 순서와 판이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 만난 친구 역시 공부 면에서는 늘 뒤에서 세는 것이 빠른 편이었지만 사업으로 자신의 방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친구가 자신보다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더 출세한 모습을 보고 배 아파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학창 시절 이후 성장하지 못했고 다른 친구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일궈낸 것이다. 물론 성공과 행복의 절대지표를 들이대는 것은 경우에 따라 폭력적일 수 있지만.


동창회 일을 하던 선배가 동창회 이사진 구성원을 획기적으로 바꾸었으나 선배들의 저항에 부딪히자 실망하면서 하던 말이 생각난다. 어떻게 똑같은 부류의 사람들로만 채우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며 큰기침하는 학자나 공무원들은 모교를 위한 기부에는 인색하니 사업 잘하는 학창 시절 농땡이들도 필요하다고 했던 자신의 주장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들만의 리그에 절어서 안목을 넓히지 못한다면 생각의 지평은 갇힐 것이다. 자신의 뗏목만이 유일한 구세주로 여기며 작은 강을 건넌 뗏목으로 험난한 파도가 이는 바다를 건너기는 쉽지 않다. 혁신의 길로 들어선 사람은 자신의 뗏목을 버릴 준비가 필요하다. 


어제의 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어렵기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새로운 지평은 어제의 뗏목에 연연하는 이에게 결코 쉽게 열리지 않는다. 현대 회화의 한 페이지에 당당히 들어있는 잭슨 폴록이 붓으로 아무리 그려도 안 되기에 공업용 페인트를 캔버스에 들이붓기도 했듯이. 


윤한결 또한 대구에서 서울로 또 독일로 떠나면서 자신의 뗏목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하나씩 버렸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음악세계와 예술에 대한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을 것이다.


(17) [윤한결 Hankyeol Yoon]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박쥐 서곡 J. Strauss II: Die Fledermaus Overture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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