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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견의 예술
역사와 자연에서 찾은 느림과 곡선의 미학
by
호림
Oct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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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직선이 지배한다.
건물과 아파트는 대부분 직선이다.
밀집된 좁은 공간의 활용을 위해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상식에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직선으로 각진 건물들 속에서 숨을 쉬다가
완만한 사선과 곡선이 살아 숨 쉬는 한옥이나 특별한 건축물을 만나면 정겹다.
나지막한 집에 따스한 햇볕이 잘 드는 공간에서 만나면 분위기도 한결 부드럽다.
조선 500년 도읍지 서울에 살다 보면
고궁은 사실 지척에 있어도
맘만 먹으면 언제든 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자주 가보지 못한다.
외국이나 지방에서 온 친구들이 오면
거기나 가볼까 하는 마음에 가기도 한다.
고궁이 주는 포근함은
직선보다는 유장한 사선과 곡선 때문이 아닐까.
오래된 것만이 줄 수 있는
역사의 향기 같은 것도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어린
시절에는
문화재를 대하면
국사 시험에 나오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해설이나 안내문을 볼 때도 그 가치를 알아볼 여유가 없었다
.
세월을 견딘 문화재의 가치, 천년 주목의 가치는
파릇파릇한 시절에 잘 알지 못했어도
삶의 나이테가 쌓이면 그 멋과 가치를
재발견할 수도 있다.
역사의 풍상을 견디며
의연히 버텨 온 문화재는 수백 년을 남아서
백 년을 채 못사는 인간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가끔 직선으로 전진만 하던 일상에 쉽표를 짝어
고궁 나들이로 그 유려한 선의 미학을
감상하고 역사의 오솔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관광객이 거의 없는 시간,
혼자만의 사색에 아무런 소음이 방해하지 않는 시간이면
더 좋을 수도 있다.
새들의 지저귐은
어쩔 수 없는 배경음악으로 깔면 된다.
직선과 속도에 지칠 때
가끔 곡선과 느림을 만날까 한다.
우리는 자연보다 위대한 예술이 없다는 것을
잊고 있거나
지척에 그런 예술이 있어도
볼 수 있는 여유나 안목을 잃어버리고
직진만 하고 사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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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클래식' 을 찾고 그 울림과 떨림을 나누고자 한다. 몇 권의 책으로 대중들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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