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견의 예술

역사와 자연에서 찾은 느림과 곡선의 미학

by 호림


도시는 직선이 지배한다.
건물과 아파트는 대부분 직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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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집된 좁은 공간의 활용을 위해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상식에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직선으로 각진 건물들 속에서 숨을 쉬다가
완만한 사선과 곡선이 살아 숨 쉬는 한옥이나 특별한 건축물을 만나면 정겹다.

나지막한 집에 따스한 햇볕이 잘 드는 공간에서 만나면 분위기도 한결 부드럽다.



조선 500년 도읍지 서울에 살다 보면

고궁은 사실 지척에 있어도
맘만 먹으면 언제든 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자주 가보지 못한다.


외국이나 지방에서 온 친구들이 오면

거기나 가볼까 하는 마음에 가기도 한다.



고궁이 주는 포근함은

직선보다는 유장한 사선과 곡선 때문이 아닐까.
오래된 것만이 줄 수 있는

역사의 향기 같은 것도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어린 시절에는 문화재를 대하면

국사 시험에 나오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해설이나 안내문을 볼 때도 그 가치를 알아볼 여유가 없었다.



세월을 견딘 문화재의 가치, 천년 주목의 가치는
파릇파릇한 시절에 잘 알지 못했어도
삶의 나이테가 쌓이면 그 멋과 가치를

재발견할 수도 있다.


역사의 풍상을 견디며

의연히 버텨 온 문화재는 수백 년을 남아서

백 년을 채 못사는 인간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가끔 직선으로 전진만 하던 일상에 쉽표를 짝어

고궁 나들이로 그 유려한 선의 미학을
감상하고 역사의 오솔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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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거의 없는 시간,

혼자만의 사색에 아무런 소음이 방해하지 않는 시간이면

더 좋을 수도 있다.

새들의 지저귐은

어쩔 수 없는 배경음악으로 깔면 된다.



직선과 속도에 지칠 때

가끔 곡선과 느림을 만날까 한다.


우리는 자연보다 위대한 예술이 없다는 것을

잊고 있거나

지척에 그런 예술이 있어도

볼 수 있는 여유나 안목을 잃어버리고

직진만 하고 사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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