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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Sep 22. 2023

언제 결혼하니?

언제 결혼하니?

다가오는 추석 때 미혼 남녀들이 집안 어르신들께 들어야 할 질문만은 아니다.  고갱의 그림 제목이기도 하다. 타히티 원주민 여인 2명의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2015년 경매에서 3억 달러에 거래되어 그 당시로는 세계 최고가의 그림이 되었다. 이후에 4억 5천만 달러에 거래된 <살바토르 문디>도 나오고 해서 역대 최고가의 지위에서는 내려왔지만 대단한 고가의 그림이었다.


어르신이 "언제 결혼하니?"라고 물어보면 그건 폴 고갱의 그림 이름이에요. 나를 그 그림처럼 최고의 여성으로 또는 남성으로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 아직 싱글이라고 당당하게 말해보면 어떨까. 정신 차리라는 말은 한 귀로 흘리고.


그렇지만 내심 모래알처럼 많은 인류 속에서 나의 배필은 어딘가에 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독신자도 많고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그래도 자식도 낳아 키워보고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 어르신들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는 것은 마냥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고갱의 그림이 고가에 거래된 것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고민이 들어간 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혼기가 따로 없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인류의 가장 큰 중심 테마는 가족을 꾸리고 살아가는 문제였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포박당하기 싫고 집문제나 여러 장애요인이 숨을 턱턱 막히게 할 수도 있기에 사글세 단칸방에서 단꿈을 같이 꾸라는 케케묵은 낭만을 강요할 생각도 없다.


한국사회의 고질병이 된 저출산 고령화의 짐을 나눠서 가지자는 식으로 거칠게 결혼이라는 단어를 추석 밥상에 올리는 일도 삼갈 일이다. 그래도 주식 중개인으로 살다 유럽의 도시에서 남들이 하는 대로 사는 삶 대신 자신만의 유일한 캔버스를 찾아 남태평양 타히티섬으로 떠났던 후기 인상파 폴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라는 질문에는 결코 인상만 쓸 일은 아니다.  


비교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찾는 이가 삶을 예술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단 한 장의 캔버스에 그리는 삶이라는 주제에 차분히 천착하는 여유를 찾는 건 청춘들만의 일이 아닌 삶의 쉼표를 얻은 이들 모두의 몫이다. 결혼이라는 주제의 해법도 거친 질문으로 몰아치기보다 청춘들의 속내를 진지하게 읽고 해답을 같이 찾아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 모두의 숙제이듯.


(49) 멘델스존 - 한여름 밤의 꿈 '결혼행진곡'ㅣMendelssohn - A Midsummer Night's Dream 'Wedding March'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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