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림 Sep 26. 2023

가을로 들어가는 선율

미샤 마이스키와 장한나의 브랜드 파워때문일까. 금세 만석이 된 탓에 1차 티켓팅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반납한 자리를 기다리다 기회가 주어졌다. 협연 오케스트라는 조금 약세일 거라는 려와 달리 좋았다. 드보르작의 신세계는 현악기보다는 관악기의 파워 넘치는 소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무난했다.


예당 콘서트홀의 음향은 국내 최고다. 롯데의 크지만 휑하게 느껴지는 구조보다 예당 콘서트홀은 무대를 둘러선 뒷자리 C석의 존재가 아늑한 느낌을 준다. 연주자와 관객의 일체감이나 교감 측면에서는 세종이나 롯데보다 확실히 전문 콘서트홀로서 장점이 있다.  


예당 1층 S석 정도의 귀퉁이는 장점이 있다면 음악을 빚어내는 지휘자의 표정을 관찰할 수 있고 전달되는 음향의 현장감도 양호하기에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 b단조(Op.104)와 교향곡 9번 e단조(Op. 95  신세계로부터)는 익숙하고 너무나  친근한 곡이었다


피아니스트 바렌보임, 바이올리니스트 주빈 메타가 지휘자로 나섰고 많은 기악 연주자들은 지휘봉을 휘두르며 그 풍부한 악기를 연주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첼리스트 출신 토스카니니는 달인의 경지인 암보능력으로 스코어를 집어삼키듯 해 정확한 연주로 명성을 날리며 20세기 최고의 지휘자의 하나로 추앙받는다. 그 첼리스트 계보의 흔치 않은 지휘자 장한나는 아직 지휘자로서 존재감은 세계무대에 약하지만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오랜만에 많은 박수를 보내고 연주회장을 나섰다. 연주가 아직은  덜 익은 인상을 받은 건 그 풋풋함이 예당에 가득한 초가을 감나무를 보는 느낌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젠 무대에서 드물게 보이지 않는 여성 지휘자의 한 명으로서 장한나의 포디엄 위에서의 행로를 응원한다.


열렬한 박수에 응답한 3곡의 앙코르곡 중에서 하이라이트는 장한나 지휘의 <보칼리제>였다. 소녀 장한나 시절에 첼로로 느낄 수 없었던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음색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포디엄 위에서 음악에 도취된 것 같은 밝은 표정이었다. 그 웃음 띈 얼굴에 카리스마가 담길 때 마에스트로의 음악은 더 무르익을지도 모른다. 첼리스트 장한나의 앳된 표정은 이젠 향수가 되었다.


(51) Rachmaninov - Vocalise, Op. 34 No. 14 / Han Na Chang (19 years old) 장한나첼로독주회 2001 / 들으면 누구난 아는 노래 - YouTube




작가의 이전글 언제 결혼하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