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저런 감수성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녀의 글을 보고 20대에 느낀 적이 있었다.
<슬픔이여 안녕>을 프랑스 문단에 내놓았을 때 프랑스와즈 사강은 열여덟 살이었다. "그냥 일을 시작했죠. 글을 쓰고 싶고 자유 시간을 갖고 싶은 열망이 있었죠. 일단 시작한 글이니까 끝을 내고 싶었지요" 베스트셀러를 내놓은 후의 인터뷰 내용이다.
열여덟의 콜레트로 불릴 정도였던 사강은 습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돈을 쓰고 술을 마시며 글을 썼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도 그렇게 나왔다.
습관적인 것에서 탈출한다고 누구나 사강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자신의 루틴에서 탈출해 한 번 작은 일탈이라도 기획할 수 있는 연휴가 닥쳐오고 있다.
익사할 정도로 깊은 사색의 심연에 빠지기도 하고 폭풍 같은 사랑에 휩쓸려가기도 한다면 글은 저절로 손끝을 타고 모니터에 뚝뚝 떨어질지도 모른다. 물론 내 나이가 몇인데 하면서 스스로의 검열에 걸려들겠지만. 그래도 행복한 상상만큼은 자유다.
사강의 질문에 답한다. "물론이죠. 특히 가을에 듣는 브람스를 싫어할 사람도 드물겠지요" 스승 슈만의 아내 클라라에 대한 평생의 연모, 그 딸에 대한 짝사랑.... 생전에 변변하게 사랑한 번 못했어도 그 소심한 듯한 섬세함을 담은 선율은 시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다. 브람스를 흔히 "가을의 음악가'라고 하는 이유가 남자의 외로움을 깊이 알아서 붙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