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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Sep 30. 2023

어느 학자의 겸손

그는 뛰어난 화학자였다. 세상을 놀라게 한 발명도 했다. 그의 형이 이런 업적도 기릴 겸 자서전을 한 번 써보라고 했을 때 이 학자는 이렇게 써서 보냈다.


불쌍한 생명은 자칫했으면 태어나자마자 인자한 의사의 손으로 버려질 뻔했음.

장점: 손톱이 깨끗하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

단점: 평생 독신이었으며 성격이 괴팍하고 소화력이 나쁨.

한 가지 바람: 생매장당하고 싶지 않음.

가장 큰 죄: 재물의 신을 숭배하지 않음.

살면서 중요한 일: 없음.


형은 대단한 업적을 가진 동생이 이렇게 멋없고 짧아서 무성의해 보이는 글을 보내자 다시 쓰라고 했다. 그러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시간도 없고 자서전 같은 거 쓰고 싶지도 않아요. 우주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수많은 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자서전을 써서 뭐 하나요?


평생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던 과학자의 업적은 겸손함으로 더욱 후세에 빛난다.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 되었다.


또 다른 대단한 과학자가 있다. 만유인력을 발견하고 수학분야에서 미적분의 개념을 창시했다. 광학, 열역학, 천문학 분야에서도 놀라운 업적을 남긴 대학자가 죽음에 임박해 그를 칭송했을 때 그가 한 말을 들어보자.


난 그저 바닷가에서 노는 아이에 불과합니다. 가끔 반짝이는 조개 몇 개를 줍기도 했지요. 하지만 진리라는 넓은 바다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무엇이 더 있을지 모르죠. 내가 만약 다른 사람들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면 그런 내가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타 있기 때문일 거예요.


알프레드 노벨과 아이작 뉴턴의 이야기다. 우주의 무한과 삶의 유한성을 알기에 인류가 기리는 학자들은 그저 자신을 우주 속의 먼지 하나로 볼 줄 아는 안목이 있었다. 그러기에 우리 눈에 보이는 거대한 업적을 겸손이라는 졸보기로 흔하디 흔한 모래알이나 조개껍데기로 취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보름달이 휘영청한 날이다. 달을 보고 이태백은 시를 지었고 어떤 과학자는 지구의 생명체를 올릴 생각을 했을 것이다. 겸손하게 바닷가의 반짝이는 조개를 주우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에 우리의 삶은 많을 것들을 기대고 있다. 예술가들이 달에서 었었던 영감에 위로를 받듯.      



소프라노 강혜정 - Song To The Moon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열린 음악회/Open Concert] | KBS 210124 방송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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