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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Oct 25. 2023

의미부여의 마술


여느 감정과 마찬가지로 예술에서 감동을  받는 것은 우리의 뇌가 반응하기 때문이다. 많은 뇌과학자들은 이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의 뇌의 반응 양상을 살피고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오직 인간만이 쓸데없는 것을 창조하는 유일한 생물이라는 점이 놀랍다.

   - 만 레이


다양한 추상 미술작품은 도구의 영역에서 예술의 영역으로 가는 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바닥이 못이 박힌 다리미,  그 유명한 뒤샹의 소변기,  자신의 배설물을 담은 통조림 모두가 기상천외한 작품이지만 에술품으로 인정받아 가치가 형성되었고 그 가치는 그 실용적 가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나다.  


런던대 세미르 세키(Semir Zeki) 교수는 독특한 신경미학 이론체계를 세웠는데 그에 따르면 아름다운 것을 볼 때 내측안와전두엽 부위가 활성화되고 추한 것을 볼 때는 그 부위의 활성이 저하되고 운동피질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칸트는 역저 <판단력 비판>에서 아름다움이란 대상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성질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이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쾌감에 근거한다고 한 바 있다. 아름다움의 기준도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회화사를 살펴보면 미술사조의 변화에 따라 좋은 그림, 위대한 그림의 척도 또한 달라졌다. 라파엘로의 그림처럼 피카소가 그리지 못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미 사진술이나 다양한 미학적 관점의 변화는 예술가의 창의성의 척도나 그 준거점을 부단히 이동시켰다. 앞선 화가를 흉내 내는 일에서 가치를 찾는 것이나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관점의 추상화가 우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테크닉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아트라는 관점에서 나아가 때로는 전위적이고 전복적인 행위들 자체가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와 수용자들을 열광하게 하기도 한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이나 뱅크시의 경우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매 도중에 그림이 잘려나가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뱅크시의 그림은 여느 공산품이었으면 불량품으로 버려질 처지였지만 오히려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망가진 그림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만드는 특별한 스토리가 우리의 내측안와전두엽을 자극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 미술은 어떤 면에서 의미부여의 마술이기도 하다.

   -  무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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