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림 Oct 21. 2023

작은 파도, 큰 파도

사업을 하는 분이 업종을 바꿔가며 일한 경험을 전한다. 동업자와 안목의 차이, 부동산을 보는식견의 부족으로 경제적으로 손해를 본 기억도 곁들인다. 작은 성취나 기쁨에 취하면 큰 흐름을 보지 못하기에 장래성 없는 일에 빠져나오기 힘든다는 비싼 교훈도 얻었다고 한다.

 

낮은 파도에 일희일비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 업종의 미래 추세를 가늠하는 큰 파도를 잘 잃지 못하기에 일상에 매몰될 수 있는 것이다. 예술가들도 큰 흐름이나 물줄기를 바꾼 이들은 그 당시의 유행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작품보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이들이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마네의 대표작 <풀밭 위의 점심 식사>도 낙선한 작품으로 당시 주류 화단의 외면을 받아 낙선전을 기획해 세상의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도 처음에는 브라크 같은 동료 화가의 혹평에 시달렸다. 얼마 전 작고한 박서보 화백도 한 때는 덕수궁 안에서 입선작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덕수궁 담벼락에 '벽전'이라는 이름의 전시에 작품을 내걸었다. 일종의 낙선전이었다.


젊은 시절에 국전에 입선하며 작은 파도를 즐기다 사라진 수많은 화가들보다 여든 가까이 되어서야 그림이 제법 팔리기 시작한 박서보 화백은 큰 파도를 읽었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고인이 평소 후배들에게 오래 살아서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기라고 한 덕담처럼 남들과 달리 긴 호흡으로 예술과 삶을 바라봤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담긴 격려와 칭찬은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애정 없는 칭찬은 상대에게 현실에 취하게 하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작가 발자크는 "마음이 지극히 고요한 사람은 칭찬이나 흠잡기에 마음을 쏟지 않는다"라고 했다.


위대한 성취를 이룬 예술가들은 대개 자신의 길을 우직하게 갔다. 흐름을 읽거나 해석하기보다 자신의 길을 가기 바빴다. 앤디 워홀은 예술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게 하고 나는 예술을 만들겠다며 우문에 현답으로 받아쳤다.


나는 그 어떤 칭찬이나 비난에도 관심이 없다. 나는 그저 내 감정을 따를 뿐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작은 매출의 등락에 일희일비하다 큰 흐름을 놓쳤다는 한 사업가의 얘기가 아픈 메아리로 남았다.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가 한 해 농사를 결산하게 한다. 인생의 큰 파도를 제대로 타고 있는지 작은 파도에 헤엄치며 즐기다 큰 해일과 풍랑을 보지 못하고 있진 않을까 돌아보게 하기에.

  

 (75) 모든 시간의 최고의 교향곡 � 가장 잘 듣는 교향곡 - YouTube

작가의 이전글 압축의 예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