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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Dec 09. 2023

포디엄 위의 카리스마

브루노 발터는 말러가 아낀 후배에서 나아가 말러 해석의 권위를 인정받는 마에스트로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말러가 1960년대 이래 레너드 번쉬타인, 게오르그 솔티 같은 지휘자의 주요 레퍼토리로 등장하고 20세기 후반 널리 연주되는 것도 징검다리 역할을 한 부르노 발터의 공이 컸다. 그는 한결같은 말러에 대한 존경과 함께 변함없는 겸손의 미덕을 가진 지휘자였다. 포디엄 위에서 많은 독재자들이 명멸해갈 때 그는 부드러운 언어로 단원들을 이끌었다. 스탈린과 히틀러, 거기에 지휘자를 두고 총알 두발을 단원들에게 주었을 때

총알을 어디에 쏠지 물으면 많은 단원들이 두 발 다 지휘자를 향해 쏘겠다는 썩 유쾌하지 않은 우스개가 떠돈 적이 있다. 그만큼 예민하고 곡 해석에 심혈을 기울인 지휘자들은 거친 언어로 리허설에서 단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패튼 장군은 용장에 가까웠다. 그는 전장에서 명령에 불복하는 부하들에게는 저주에 가까운 독설과 함께 체벌을 가하기 일쑤였지만 전과를 올리며 모든 것이 미담으로 전해질 정도였지만 감정이 상한 부하가 끝까지 장군의 발목을 잡아서 고생한 경우도 있었다. 토스카니니도 엄격한 곡해석과 카리스마로 용장과 같은 면모로 단원들을 다그친 경우다.


나폴레옹 또한 용장에 가까웠지만 덕장의 면모 또한 겸비했지에 세기의 영웅이 되었을 것이다. 나폴레옹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전장하게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고 숙영지에서 쉬는데 보초를 선 병사들을 격려하러 다니던 중이었다.  어느 병사가 총을 손에서 놓친 채로 잠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나폴레옹은 병사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병사가 깨어나 깜짝 놀라자 나폴레옹은 "많이 피곤하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졸면 우리가 모두 위험에 처할 테니 다음부터는 조심하게나" 하고 등을 두드리며 다시 손에 무기를 돌려주고 조용히 참호를 떠났다는 일화가 있다. 불  같이 화를 내는 장군들도 많고 당장 처형을 지시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존경을 이끌어내는 것은 '덕'이 아닐까.


부르노 발터가 인정하고 그 가치를 전파한 말러 음악의 백미는 부드립게 스며드는 힘이다. 베토벤의 음악에는 웅장한 천둥소리 같은 장군의 포효도 들어있지만 말러는 심약한 음유시인 같은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요구되는 시대라 그런지 브루노 발터의 존재가 빛나고 말러의 음악이 더 조명받는 건 아닐까.


흐린 휴일 오후엔 아다지에토가 어울린다.  

 

MAHLER - ADAGIETTO SYMPHONY 5 - BRUNO WALTER 1938.flv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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