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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Oct 31. 2023

피카소의 우정

은혜는 돌에 새기고 원한은 물에 새기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크고 작은 배려와 사랑 속에서 자신을 만들어왔다. 가족과 친구, 많은 이들의 은혜가 없다면 자신의 오늘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대개 잘 되면 자신의 능력 때문이고 못되면 조상 탓이나 남 탓을 하게 되는 인간의 심리가 있다. 작은 이익에 명예를 송두리째 헌납하는 염량세태에 진한 우정 또한 케케묵은 스토리로 보일지도 모른다.  


파카소의 많은 친구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동료 화가로 라이벌이자 친구였다 앙리  마티스,  시인 아폴리네르,  입체파 운동을 같이 하다시피 한 브라크... 면모가 화려하다. 물론 여성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28세의 나이 차이가 나는 이발사였다. 아라리스는 아버지뻘 되는 피카소를 존경하고 따랐는데 이는 단순히 그의 넉넉한 금전적 호의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대우 때문이기도 했다. 피카소가 가난한 이발사를 친구로 대한 것은 자신처럼 스페인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이발로 생계를 꾸려가는 고단한 청춘에 대한 동정도 있었을 것이다. 이미 부와 명예를 가졌던 피카소는 이 단골 이발사를 투우경기에 데려가기도 하고 집으로 초대하는 등 대단한 호의를 베풀었다.


아라리스는 피카소에 대해 다른 이들이 수전노나 바람둥이라는 식으로 험담을 하면 발끈하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나 자신이 보기에 훌륭한 인품을 자랑하기도 했다. 피카소는 이 어린 친구에게  나중에 50여 점의 유화도 선물할 정도로 가족에 버금가는 연을 만들었다. 작품 중에는 피카소의 아내 자클린의 초상화도 들어있었다.


아라리스는 파카소가 죽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정을 지켰다는 것은 증명되었다. 대단한 재산가일 리가 없는 이발사는 끝내 파카소의 작품을 팔지 않았고 조국 스페인에 기부했기 때문이다. 파카소와 아라리스가 영혼의 친구가 된 사연을 알고 있는 일본의 한 사업가가 이발도구를 팔라고 하며 금액은 백지 수표로 일임했을 때 아라리스는 정중하게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피카소에 대한 존경과 우정을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스페인은 나중에 이발도구와 함께 그의 기중 작품을 박물관에 영구 보관했다. 바위에 새긴 둘의 우정은 영원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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