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메달리스트

by 호림

많은 이들에게 좋아하는 일과 직업은 일치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밥벌이로 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 일을 프로의 경지로 해내는 경우를 보면 그 분야에 대한 애착을 넘은 절실함을 느낄 수 있다.


좋아하는 것에 자신의 혼을 담는 것은 밥벌이가 아니더라도 아름답다. 어느 기업에서 청원경찰 업무를 하는 직원이 올림픽 메달보다 어렵다는 한국 국가대표 양궁선수에 뽑히고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그것도 두 개씩이나. 엘리트 스포츠인으로 특정팀에 소속되고 직업으로 택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변변한 연습장이 없어 농촌의 축사를 돌아다니기도 했고 빠듯한 수입에서 비싼 장비를 사느라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꿈을 결코 접지 않았다. 그러기에 대단한 선수들이 즐비해 몇 차례 탈락한 대표선발전을 통과했던 것이다. 양궁 국가대표 주재훈 선수 이야기다.


우리 주변이나 가족 중에도 가끔 자신의 본업 이외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는 경우를 본다. 동생이 늦은 나이에 발레를 배운다며 좁은 아파트 거실에서 발레 동작을 선보일 때 그냥 흉내 내는 수준이겠지 하며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발표회 안내 팸플릿을 어쩌다 보았더니 여간 노력한 것이 아니었다 싶어서 마음의 박수를 보낸다.


버젓한 전문 직업을 가졌지만 일상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열정을 다 바쳐 뭔가를 추구하는 건 멋진 일이다.

이번엔 쑥스러워서 초대를 하지 않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만 초대했겠지만 다음 발표회에는 꽃다발을 들고 가서 축하해 줄 마음이다.


밥벌이로 하는 도 흥분과 설렘을 줄 수 있지만 대개는 피로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자신이 동경하는 분야를 진정으로 즐기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분야에 따라 문턱이 높아 보여도 절실한 마음으로 길을 찾으면 길은 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 소속으로 연주할 때는 꽃다발을 들고 축하해 주는 가족과 친구들을 비롯한 지인들의 행렬이 제법 길었다. 나중에는 취향이 아닌 분이라 초대장을 귀찮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 유명세를 떠나 예술가들에게 박수는 가장 큰 엔진이 된다.


유료관객이 거의 없는 썰렁한 공연장을 지키는 관객들이 보내는 격려의 힘은 예술가들에게 대단한 것이다. 반드시 티켓 값이 싼 공연들의 가치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비록 작고 초라하게 보이는 무대일지라도 어떤 예술가에게는 긴 인고의 시간을 버틴 후에 서는 최고의 무대일 수도 있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꾸린 오케스트라도 있고 역경을 극복한 이들의 공연은 단순한 기량의 가치를 넘어선다. 실력면에서 은메달은커녕 노메달일 수도 있지만 그건 이미 엘리트 예체능인들의 금메달보다 값진 것일 수도 있다.


화가 앵그르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악평을 쏟아놓는 것은 참아도 바이올린 솜씨를 흉보는 건 참지 못할 정도로 연주실력도 상당했다고 한다. 밥벌이를 떠나서 누구에게나 "앵그르의 바이올린"은 필요하다.


(103) Swan Lake - Tchaikovsky � 백조의 호수 - 차이코프스키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