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내 안에

by 호림

많은 뇌과학자들이 동의하는 사실은 인간의 뇌가 가진 중요한 속성의 하나로 지루함을 잘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고독을 택한 수도승처럼 독방에 가만히 앉아 있게 한다면 대개 잘 참지 못한다. 그러기에 특별하고 신선한 충격이나 의식을 통해 새롭게 활동할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대부분의 삶이다. 이 새로운 충격은 공연이나 미술품 감상 같은 예술적 자극일 수도 있고 여행이 될 수도 있다.


간혹 약물이나 과다한 음주 같은 잘못된 충격요법으로 더 수렁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어 우리의 루틴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는 건강한 방식이 중요하다. 달의 공전 주기에 맞춰 달력을 만들어 시간을 구분하는 지혜는 인류가 고안해 낸 중요한 삶의 방식이다. 한 달이나 한 해 단위로 삶을 결산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게 하기에.


지난해에도 많은 외부의 자극이 있었지만 굳어진 뇌는 내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았는지 가만히 돌아본다. 개성이란 이름으로 꿈쩍도 않았던 나의 아집도 있었고 가족이나 타인들과의 관계의 밸런스가 위태로운 경우도 있었다. 그랬을 때 대개는 천천히 반응하거나 굳이 들춰내 상처를 만들지 않은 것도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라 로슈푸코나 몽테뉴 같은 이들이나 동양의 선사들은 인간사의 모든 흉사의 원인이 가만히 독방에서 수련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투의 얘기를 책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기에 명상과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분별력을 기르는 뇌의 훈련을 등한시한다면 언제나 화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늘 특별한 하루가 지난다고 모든 생체시계가 갑자기 1년의 무게를 느끼야만 하는 것일까. 때로 덜컹거리며 달리고 결었고 다소 불충실했던 365일 중의 어떤 날들이 내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한다. 그래도 지난 1년의 무게를 훌륭하게 견디고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발걸음들에 축복을.


두 번 발을 발을 담글 수 없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강에 지난 한 해의 시름을 흘려보낸다. 내일은 또 내년의 태양이 뜨기에.


M.Caballe, N.Kazlaus, M.Marti and O.Marin - "March with me" by Vangelis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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