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1> 주말 미용실에서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미용실에서 자신의 미래를 열어가는 스무 살 청년을 만났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를 만든 자신의 오너처럼 나중에 자신의 브랜드로 미용업에서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하며 포부가 대단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서 독서량이나 공부가 부족해 여유시간에는 책과 가까이할 것이라고 했다. 내 머리를 감기면서 물의 온도가 적당한지를 묻는 이 꽉 차고 다부진 청년은 늘 활력이 넘친다.
풍경 2> 주말 선배와의 만남에서
대학 졸업 후 집에서 빈둥거리는 서른 가까운 청년이 골칫거리라는 선배의 고민도 들었다. 당사자의 속은 타들어가겠지만 후배로서 아마도 겨울잠을 자는 큰 곰이기에 웅지를 펼 시간을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라고 말했다.
누가 가치 있는 삶을 꾸려가는지 긴 인생에서 특정한 시간의 단면을 뚝 잘라내 섣불리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의 인생을 전체를 평가는 무덤에 들어가기 전에는 누구도 평점을 쉽게 매길 수는 없는 일이다.
선배에게 아들에게 줄 책을 한 권 권했다. 인생은 결코 길지 않다는 지혜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숨결이 바람 될 때> 인도계 미국인 외과의사의 이야기다. 30대에 청천벽력 같은 불치병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남은 생을 가치 있게 사는 길을 찾고 아내의 동의로 소중한 딸도 얻었다. 그렇지만 자신보다 긴 인생을 이어갈 딸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는 고백을 할 때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같이 울었을 것이다.
우리는 많은 예술가들의 삶이 지극히 짧다는 사실에 가끔 놀란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고흐, 모딜리아니, 에곤 쉴레...... 이들의 삶은 채 40년을 살지 못했지만 긴 울림을 남긴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가지는 않았지만 치열한 문제의식과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육신의 한계를 넘어 살아남았다. 청년 시절의 보석과도 같은 시간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허비하는 사는 건 어쩌면 죄악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린 때로 예술가의 작품보다 예술가의 치열한 문제의식이 깃든 삶에서 더 많은 감동을 받는다.
미용실 문을 나설 때 환한 미소가 아름다운 청년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시골 부모에게 줄 명절선물은 어떤 게 좋을지를 묻는 청년의 말이 울림으로 남아 꼬깃한 지폐 한 장을 전해주려 다시 미용실을 찾았다.
청년 시절의 보석과도 같은 시간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허비하며 사는 건 어쩌면 죄악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