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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Dec 22. 2023

국력과 소프트 파워

<모나리자>의 미소만큼 세상을 떠 뜰썩하게 한 작품도 찾기 어렵지만 클림트의 <키스> 또한 그에 버금간다.

자클린 케네디의 요청으로 모나리자는 루브르에서 아주 특별한 외출을 했고 워싱턴과 뉴욕의 미술애호가들을 열광시켰다.


작품의 운송이나 경호 모두 초유의 모험이었지만 이를 감당케 한 것은 앙드레 말로 장관의 용단 덕분이었다. 비엔나에는 빈 필의 신년음악회를 관람하거나 키스를 보러 가려는 연인들이 많다. 구스타프 클림트, 구스타프 말러, 칼 구스타프 융 이렇게 세 명의 구스타프가 주 무대로 활동한 도시의 대단한 문화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외출 제의가 있음 직한 <키스>는 오스트리아의 깐깐한 원칙 탓에 아직 비엔나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 또한 모나리자를 섣불리 흉내 내지 않는 성공한 자존심일 수 있다.


강추위를 아랑곳 않고 한복을 입고 경복궁 주변에서 사진을 찍는 푸른 눈과 검은 피부의 소녀들이 보인다. 이들이 보러 온 것은 아마도 고궁 그 자체라기보다 생각만 해도 가슴 뛰게 만드는 BTS나 블랭핑크 같은 슈퍼스타들의 존재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는 일찍이 소프트 파워의 경쟁력이 군사력이나 경제력 만큼 국력을 좌우한다는 말을 했다. 소프트 파워의 힘은 결국 문화의 힘이고 문화는 어떤 총칼보다 강할 수도 있다. K팝에서 나아가 음식이나 다양한 문화를 아우르는 K컬처의 위세가 등등함을 국내외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런 K컬처의 위상이 홍콩 누아르와 일본 망가의 운명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문화행정의 큰 그림들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국가단위는 물론 지역에서도 세계적인 축제가 된 빙어축제 같은 소프트 파워 역할을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안젤름 키퍼의 작품전이 대전의 헤레디움이라는 다소 생소한 전시공간에 열리고 있는데 성황이다. 지역사회에도 월드 클래스의 문화 콘텐츠가 이목을 끌 수 있는 기획이나 예산이 뒷받침된다면 수도권 집중 문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생각해 볼 공간이 열릴 것이다.  "20세기 프랑스에는 결국 피카소와 샤넬, 드골이 있었다"라고 정리한 앙드레 말로의 안목은 자동차, 반도체 기술 못지않게 소중한 것이 아닐까. 유구한 문화유산만큼이나.    


훼손된 경복궁 담벼락 앞을 지나는 안타까움은 컸다.


                     

Jacqueline du Pre & Daniel Barenboim -  Elgar Cello Concerto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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