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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Dec 23. 2023

고전에 길을 묻다

도덕철학자이자 경제학자로 알려진 학자의 삶은 그 전반부가 대체로 불우했다.  균형이 맞지 않았던 큰 눈은 개구리 눈으로 놀림을 받았고 주먹코 또한 그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만든 탓인지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변변한 연애사 또한 기록에 없다. 그렇지만 학자로서 생의 후반부에 만개한 식견은 대단한 고전을 낳았다. 


우리가 저녁상에 오를 음식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정육점 주인, 양조업자, 제빵사의 자비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성이 아니라 자기애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며 그들에게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에 대해 말해야 한다.

   -  <국부론> 중에서

 

스미스는 도덕감정론(1759)과 국부론(1776)을 집필했다. 지금은 모두 세기의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스미스가 필생의 역작으로 아꼈던 <도덕감정론>은 생존 당시 인기가 별로 없었지만, <국부론>은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는 개념이 주목받았고 유럽사회를 강타한 화제작이자 대표작으로 단박에 그를 세계적인 경제학자의 반열에 올렸다.


스미스는 학교를 옮기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지만 풍요로운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생의 후반부에는 귀족들의 후원으로 학문에 매진할 수 있었고 프랑스나 대륙을 여행하며 풍부한 식견을 쌓을 수 있었다. <도덕감정론>에서 그는 말한다.


인간이 건강한 육신을 가지고 빚 없이 살며 양심에 걸리는 일이 없으면 뭘 더 바랄 것인가?


이런 소박한 신념을 피력한 아담 스미스가 지하에서 현시대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이 소박한 행복의 조건을 가진 사람은 불만에 가득 차 있고 그마저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절망하는 것이 세상의 모습이라고 개탄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지난 15년간 저출산 해소를 위해 진보, 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변죽만 울리는 정책에 300조 원 이상의 혈세를 쏟아부었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출산율 저하 등 대한민국 사회의 해법을 위해 <국부론> 같은 고전에서 인간본성의 심연을 파고들며 정책적 묘안을 찾는 집요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여기에 더해 예술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정책 수립 시에 발휘한다면 난제에 대한 돌파구는 나올 수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 거대한 암초를 돌파하곤 했던 대한민국이 일부 엉클어진 DNA도 겨울잠에서 깨울 수 있을 것이라 믿기에.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 77- 김봄소리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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