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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Dec 27. 2023

예술과 잔재주

네덜란드 출신 밀항자에서 뉴욕 주류화단에 우뚝 선 빌렘 드 쿠닝은 1953년 무렵 현대예술의 대가로 꼽히고 있었다. 이때 당찬 젊은이였던 로버트 라우센버그는 쿠닝의 드로잉을 한 점 받아서는 한 달 동안 지우개로 정성스럽게 그림을 지운 다음 그것을 자신의 작품으로 전시해 이목을 끌었다.


현대 미술은 뒤샹의 변기. 만초니의 똥, 카텔란의 바나나처럼 다소 엽기적인 이야깃거리도 담고 있다. 이런 퍼포먼스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그 작자의 예술적 고민과 존재 가치를 부각하고 상업적 성공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면에서 화제성과 대중성은 상업성과도 연결되어 예술가들이 지속적으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백남준도 상업성에 대해 "모든 예술가는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의 손을 물어야 한다... 단 너무 세게 물지는 말고"라는 재치 있는 말로 상업성과의 타협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래의 성공이 불투명한 일에 자신의 삶을 바치는 일은 예술가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기교의 영역을 넘어 자신의 작품에 숨은 작가적 고민이나 서사를 설명할 수 있는 것 또한 필요한 덕목이다.

현란한 기교도 무작정 거장 따라 하기도 자신의 영혼이나 숨결을 담지 못한다면 한갓 잔재주에 머물 것이다.  

예술의 문턱에서 부딪히는 평가의 시금석은 다양하기도 하지만 명쾌하게 규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아무리 예술에 정답이 없다고 해도 걸작과 잔재주만 넘치는 물건을 구분하는 것은 부단한 감상과 공감을 위한 노력 속에 싹트는 심미안이 아닐까.


The Best Paganini Cadenza - Philippe Hirschhorn [Live, 1967]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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