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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Jan 07. 2024

아! 브람스

3B 음악가라는 말은 클래식 팬들에게는 제법 익숙하다. 바로크 음악시대의 영웅이자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고전에서 낭만으로 가는 길에 우뚝 선 거목 베토벤, 후기 낭만시대에 베토벤 교향곡의 완성도를 이를 재목으로 주목받았던 브람스가 그들이다. 이들은 현재도 독일을 대표하는 3B 음악가로 사랑받고 있다. 바그너나 베버도 이니셜이 B가 아니라 빠졌다고 서운해할 거목들이지만 한스 폰 뵐로가 처음 언급한 3B는 그중에 브람스를 끼워 넣은 것에 대해 브람스와의 동시대를 살면서 우정을 발휘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낳게 한다.


드디어 브람스! 하고 환호한 기억이 있다. 청소년 시절 오케스트라 활동을 할 때 늘 모차르트, 베토벤에서 조금 나아가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다음 발표곡으로 넣었을 때 모두가 들뜬 기억이 있다. 대개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구성원들은 브람스 교향곡에 대해서 다소간 부담스럽게 느낀다. 관악과 현악의 선명한 대비도 약하고 섬세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소리가 불협화음처럼 들릴 소지도 있어서 도전을 다소 꺼리는 경향이 있다. 게대가 브람스교향곡 1번은 "베토벤 교향곡 10번"의 지위를 얻기도 했기에.


초기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와 몇 곡의 소품을 들은 베르토 슈만의 평을 들어보자. 슈만은 신인의 음악도 소개하고 다양한 평론을 실은 그의 잡지 <음악신보>에서 '새로운 길'이라는 칼럼으로 신성의 등장을 이렇게 반긴다. 이때가 1853년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단계적 발전을 거쳐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미네르바처럼 제우스의 머리에서 완전 무장을 하고 튀어나올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 사람이 나타났다. 어렸을 적 우아의 여신과 영웅들이 요람을 지켜준 젊은이였다. 요하네스 브람스......

그가 마법의 지팡이를 뻗어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집결된 힘이 위력을 발휘하는 날엔 신비로운 정령의 세상을 볼 수 있는 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 로베르트 슈만 <음악가 음악가> (이기숙 역) 중에서


이런 극찬의 부담을 이기지 못했는지 브람스는 좀체 교향곡을 작곡하지 못하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나서야 교향곡 1번을 발표한다. 한스 폰 뵐로는 기다렸다는 듯이 드디어 우리는 (베토벤) 교향곡 10번을 얻었다고 흥분했다. 한편으로는 작곡가로서 갓 데뷔한 뒤  기대가  담긴

칭찬에 힘겨워하며  20여 년을 베토벤에 짓눌려서 지내게 했을 원인제공자로 슈만에 대해 야속하게 생각할 여지도 있다. 과찬이 독이 되었는지 브람스의 교형곡은 4곡이 전부였다. 이런 브람스도 표절시비가 있었는데 헝가리안 무곡에 대해 헝가리 출신 음악가들이 시비를 건 것이었지만 악보에 작곡이 아닌 편곡으로 명기함으로써 시비를 피할 수 있었다.


사랑에 있어서도 까다로운 완벽주의 성향 탓인지 오로지 한 여인에 대한 짝사랑의 감정 외에는 뚜렷한 연애사가 없다. 연상의 피아니스트를 애타게 연모하지만 스승의 부인이 되어버렸기에 그는 평생 클라라의 주변에서 그녀를 향한 연모를 음악으로 구현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작곡한 곡 중에서 츨판된 악보 외의 모든 악보는 불태우라는 유언이 없었다면 아마 더 많은 브람스가 우리 의 즐거움을 더했을지도 모른다. 브람스에게는 인간적으로 안 된 얘기지만 독신으로 뭔가를 갈구하는 애틋함과 완벽에의 의지가 오선지에 스며들어 브람스 특유의 소심한 듯 섬세한 파스텔톤 음색으로 발현된 것일지도 모른다.


프랑스와즈 사강이 왜 브람스를 좋아하냐고 물었을까. 아마도 그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랑처럼 음악에 담긴 치명적일 정도의 낭만적 매력에 빠졌기 때문은 아닐까.


Brahms: Symphony No. 1 - Karajan / 브람스: 교향곡 1번 - 카라얀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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