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림 Jan 16. 2024

클래식과 대중성

클래식음악에 보내는 시선은 실로 다양하다. 그런 가운데서 가장 일반적인 인상은 '고급'이나 '귀족 음악' 같은 것이 아닐까. 예술에서 그 향유층의 분포에 따라 고급과 저급, 특수성과 대중성 같은 단어에 어떤 분야를 강제적으로 거칠게 편입시키는 것은 때로 그 속성을 오도할 소지가 있다.   


모차르트, 베토벤 시대에 작곡가들은 대개 귀족에 봉사하는 직업으로 신분이 낮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만들어낸 클래식의 지위는 귀족들이 향유하는 고급스러운 음악이란 이미지가 상당하다. 후대의 음악학자나 철학자들은 사회적 의미를 성찰하며 클래식 음악에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 유명한 "아우슈비츠 이후에는 서정시를 쓸 수 없다"는 발언을 한 아도르노는 베토벤 음악의 사회적 맥락을 그의 미학이론으로 설명한다. 베토벤 음악을 듣고 그 속에서 혁명적인 시민성에 대해 알아채지 못하면 베토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베토벤이 피지배자의 편에 서 있었음을 강조하며 이런 말도 남겼다. 


원래 서민적인 그가 귀족 정치론자들에게 보호를 받았다는 점과 그가 귀족 사회를 무뚝뚝하게 대했다는 사실 또한 그의 작품의 사회적 성격을 반영하고 있다.

 - <음악이 멈춘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 오희숙 지음, p. 198


이러한 면모는 베토벤의 왕정에 대한 극도의 반감과 공화정에 대한 갈구로 나타났다. 알려진 대로 그의 3번 교향곡 '영웅'이 나폴레옹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배경으로 작곡한 것이라는 점으로도 익히 짐작되는 사실이다. 거의 셀프 황제 대관식을 치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 대한 반감으로 그가 악보 표지에 적었던 헌정의 메시지를 분노에 차서 삭제했다는 이야기 또한 전설처럼 회자되지만 그 정확한 동기는 지하의 베토벤만이 알 것이다. 다만 그가 신분의 벽을 느끼고 귀족사회에 일종의 반감을 가진 점은 여러 문헌으로 확인된다.


베토벤이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습니다. 베토벤은 후원자인 영주 레하노프스키가 자신을 함부로 대한다고 느꼈는지 한 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주님 당신이 영주인 것은 우연과 출생 덕이지만 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이 자리에 왔소. 세상에 영주는 수천이 넘지만 베토벤은 단 하나뿐이오."

 - <당신을 위한 클래식> 전영범 지음, p.83


모차르트 또한 아버지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귀족사회에 대한 환멸이나 자신의 천재성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 천재는 귀족사회의 허구를 담은 <피가로의 결혼>이나 신분사회에 대한 조롱을 담은 선율로 당시 사회상을 발랄하게 풍자하기도 했다. 


클래식의 향유층도 다양하다. 이제 클래식은 일부 고고한 지성인들의 서재에서 고급 스피커로만 들을 수 있는 음악만은 아니다. 뮤지컬로 오페라로 또 드라마로 많은 대중들이 보고 들을 수 있게 클래식과 그 주변의 이야기들은 소비되고 있다. 클래식이 가지는 이미지와 관련해서는 이제 우리의 인식을 방해하는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두 마리의 개를 멀리 할 필요가 있다. 


음질과 연주실력의 경계를 까탈스러운 귀로 나누기보다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나 동네 문화회관의 서툰 연주자에게도 관대한 귀로 열어둔다면 향수와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


Itzhak Perlman – Beethoven: Violin Concerto (with Daniel Barenboim, Berliner Philharmoniker) (youtube.com)

작가의 이전글 생각하고 여유를 가져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