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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Feb 03. 2024

당신의 달란트

고대 그리스에서 질량과 화폐의 단위로 쓰였던 '달란트'는 신약성경 마태복음 25장 14~30절에 나오는 유명한 비유로 알려진 말이다. 이제 '텔런트'는 연기자를 가리키는 말로 게 쓰이기도 한다. 예체능이나 다양한 재능을 타고나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경우가 많지만 어린 시절 조기에 두각을 나타내고 반짝하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파이널리스트>와 <크레셴도>는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한국의 청년이 우승한 장면을 인상 깊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수상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는데 다소간 심심한 영화다. 그렇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악보를 어떻게 소리로 구현할지 고민하는 청년들의 모습, 설렘과 긴장 속에서 경쟁하는 여러 국가의 유망한 청춘들의 노력에서 '달란트'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고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이지윤은 연주 투어를 다니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뒷모습이 행복과는 거리가 있을 정도로 고독해 보였다며 전문 연주자 생활에 대한 두려움 같은 정서를 말했다. 임윤찬은 자신의 재능을 찬양하는 질문에 그저 라흐마니노프나 하늘에서 별처럼 빛나는 선대 작곡가들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하는 겸손을 보이기도 한다.

  

대중들의 박수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긴장감 속에서 기진맥진할 정도로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손에 악보가 달라붙을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아마도 관객은 그 정성에 반응할지 모른다.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의 숙명은 연습을 떼어내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여든을 거뜬히 넘기면서도 전문 연주가 생활을 이어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파블로 카잘스 같은 대가들도 연습을 거르는 날이 없었을 정도였다.


"끝까지 해내는 힘과 습관!",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달란트가 아닐까.


임지영 Jiyoung LIm - J. Sibelius : Violin Concerto D Minor Op.47, I. Allegro moderato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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