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림 Feb 06. 2024

당신의 냉장고

냉장고를 부탁한다고 하며 냉장고의 잘 사용하지 않는 재료로 맛난 요리를 만드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방송 PD 출신 선배가 후배의 재능 발휘를 당부하며 덕담을 할 때 "당신 안의 잠재력을 냉장고의 식재료처럼 잘 활용하라"고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고 책이며 영화며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뇌에 입력하면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쌓았지만 실상 그 재료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남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데도 학위나 다른 자격증 같은 권위 있는 라이선스가 필요하지만 일상의 대화에서 타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할 기회는 많다.  


냉장고의 재료가 앙상하면 비유는 거칠고 언어는 단조롭다. 신선하고 참신한 재료로 맛을 내는 언어는 언제나 새로운 자극을 준다. 말초적이고 표피적인 콘텐츠는 깊은 맛을 우려내는 재료가 되기 힘들다. OTT세상이나 다양한 플랫폼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거기서 좋은 영영분을 가진 것들을 찾아내는 것 또한 지혜다.


다가오는 설 연휴, 기대와 설렘의 한편에 원하지 않았던 명절 스트레스 선물을 받을지도 모른다. 여인들은 전을 부치고 남성들은 아랫목에서 등을 지지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하겠다. 서로가 일손을 나누고 남은 시간 일에 치여 못 읽는 양서를 펼치는 시간은 지성의 냉장고를 풍부하게 할 것이다. 


냉장고 바닥이 보여야 식재료를 장만하는 게으름, 온갖 재료를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르게 어지러운 냉장고... 우리의 뇌라는 냉장고에 담긴 지식과 지혜도 천양지차다. 거기에서 어떤 것을 버리고 신선한 재료를 넣을지 가끔 공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천하의 마에스트로도 자신의 맨손만으로 좋은 연주를 만들 수는 없다. 유능한 단원과 그 연주실력이라는 좋은 재료가 있어야 마음껏 지휘봉을 휘둘러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빈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지휘 오자와세이지 '라데츠키행진곡' (youtube.com)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달란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