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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Jan 27. 2024

다시 쇼펜하우어

지독한 염세주의자였던 서양의 철학자가 다시 서점가에 화제다. 심지어 정치권에도 소환되었다.


쇼펜하우어는 같은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었던 헤겔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을 즈음 자신의 강의에 파리가 날리자 자신의  반려견 이름을 '헤겔'로 짓고 심심하면 발로 차며 괴롭혔다는 우스개도 있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아버지의 이른 죽음은 그의 염세주의와 여성 혐오주의를 강화시켰다. 부친 사망신고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모친이 많은 유산을 탕진하며 파티를 즐기는 모습에서 여성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평생 독신을 고집했다고 한다.  


세상에 대한 근본적 호기심 때문인지 의학도에서 전공을 바꿔 철학도가 되고 동서를 아우르는 방대한 연구로 자신만의 독특한 사상체계를 완성했는데 그 일단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시 꺼내든 먼지 묻은 책들은 쇼펜하우어의 독특한 생각들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나 예술철학적 식견을 음미할 때 공감하는 점이 많았다.


쇼펜하우어는 음악은 세계 자체와 마찬가지로 전체 의지의 즉각적인 객관화이고 그 자체로는 직접 표상할 수 없는 원본의 모방이라고 했다. 음악학자 보먼은 "이보다 더 야심 찬 음악에 대한 요구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음악을 모든 예술 장르의 상위에 놓으며 그 미덕을 여러 가지로 기술한 바도 있다.


음악은 이성이나 관념이 획득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보편성을 지니고, 어떠한 개념이나 언어적 명제가 획득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실제에 충실한 진리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음악을 개념적 추상의 '공허함'과 대조를 이루는 구체적인 직관적 인식의 일종으로 보았다. 음악이 사고와 관념에 의해 매개되는 것들보다 더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고 보았다.

   -  <음악이 멈춘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 (오희숙 지음) 중에서


실제로 음악은 언어가 단정적으로 규정하는 의미를 넘어서 더 멀리 있는 아득한 이미지나 의미를 표상해 낼 수 있다. 실제로 아무런 언어적 메시지가 없는 클래식 선율을 듣고 우리의 마음은 움직이고 때로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다. 톨스토이가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유명한 일화도 전해진다. 또한 음악을 들을 때 기쁨과 위안 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물론, '스탕달신드롬'이 있고 회화작품이나 다른 예술 장르도 우리에게 크고 작은 다양한 감정적 파동을 안겨준다. 그렇지만 음악처럼 근원적 정서를 파고드는 힘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쇼펜하우어의 의견에 따르고 싶다.



P. Tchaikovsky - Andante cantabile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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