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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Mar 02. 2024

시간관리의 예술

현대 도시의 삶에는 뭔가를 채우지 않으면 실패한 것처럼 자신을 다그치게 하는 여러 수단들이 가동된다. 


많은 도시인에게 돈벌이를 위한 일로 둘러싸인 시간표와 쥐꼬리만한 여가는 언제나 분주함으로 가득하다. 일은 각양각색이지만 여가를 어딘가 폼나는 장소에서 보내고 거기서 이름난 장소와 소문한 맛집을 찾아서 자신의 행복해 보이는 삶을 증명하는 것은 하나의 의무처럼 보인다. 나아가 이를 소셜 네트워크에서 인증받는 것을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대단한 수단으로 여긴다. 건강관리는 헬스장의 러닝머신 위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야만 가능하다는 신화 또한 지배적이다.


계획적으로 뭔가를 하려던 것 없이 덜컥 휴일을 맞았다. 5일간의 리듬이 4일로 줄어서 하루를 더 보상받은 기쁨도 있다. 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지만 늦잠을 충분히 즐기고 휴일 오후를 꽉 붙들었다. 밀린 주변 정리정돈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하루 이틀 바쁨과 빠름에 부응해 거의 기계적으로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간다. 도시에서도 가끔 게으를 정도의 빈둥거림에 자신을 맡길 필요도 있다. 물론, 한가함을 사치로 치부할 정도로 최저임금과 끝없는 노동에 내몰린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간을 잃어버린 도시인들에게 던지는 어느 독일인 저널리스트가 던지는 메시지는 울림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원가를 성취하려면 

많은 사간을 투자해야 하며,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

즉 충분히 오래 일하지 않는 사람은

성실하지 않다고 배워왔다.

바쁘다는 것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한,

시간 부족에 진지하게 맞서 싸우기는 어렵다.

     -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테레사 뷔커 지음, 김현정 옮김, P.48


바쁨과 속도에 휘둘리는 삶에서 시간을 제 멋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느긋하게 할 일을 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시간을 지배하며 행복을 누리는 건 아닐까. 


Il Mondo (From PBS Performance 'Il Volo...Takes Flight')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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