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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Feb 28. 2024

왜 글을 쓰는가.

방에서 혼자 글을 쓰는 것이 내 삶의 거의 전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파티를 즐기듯이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즐깁니다. - 필립 로스


책상을 정리하다 오래전에 쓴 잡문이나 졸저를 다시 펼치니 얼굴이 화끈거리는 문장도 보인다. 현학적이거나 멋스러운 문장으로 설익은 사고를 덮었던 치기 어린 시절이 나체처럼 부끄럽다. 나 같은 얼치기에겐 글은 쓰면 쓸수록 모자람만 더 크게 보일 때가 있다. 


퓰리처상에 빛나는 작가 필립 로스는 그의 책 <왜 쓰는가?>에서 이런 원초적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인생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고독도 인생이고, 명상도 인생이고, 허세도 인생이고, 불행도 인생이고, 사색도 인생이고, 언어도 인생이지요. 문장을 더 낫게 고치는 일을 하는 것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보다 못한 인생인가요?  <등대로>를 읽는 것은 소젖을 짜거나 수류탄을 던지는 것보다 못한 인생인가요? 문학적 소명에 따른 고립- 단지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 방에 혼자 앉아 있는다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포함하는 고립- 은 밖에 나가 야단법석 속에서 감각을 축적하거나 다국적 기업을 다니는 것만큼이나 인생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혼자만의 방에서 책을 벗 삼고 노트북을 붙들고 웅크린 시간이 인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일은 그리 권할 직업은 아닐지도 모른다. 대중의 갈채와 빛나는 영광의 꽃다발은 늘 극소수의 몫이고 대다수는 넉넉하지 않은 곳간에 가족 건사를 걱정하는 이들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있어 문화의 원천 콘텐츠가 태어나고 인류의 지성은 풍부해진다. 어쩌면 미래의 헤밍웨이와 김소월이 100년 후에 대중들의 갈채로 새롭게 태어날 명문장과 시어를 지금 어느 골방에서 가다듬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처받은 인생에 붕대를 감고서.


Arthur Rubinstein - Grieg - Piano Concerto in A minor, Op 16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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