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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도영 May 11. 2018

블루보틀과 스타벅스는 무엇이 다를까?

공간을 파는 스타벅스 vs 커피를 파는 블루보틀


스타벅스와 블루보틀 두 브랜드 모두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같지만 그들이 팔고자 하는 것은 다르다.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고 블루보틀은 고객에게 '최고의 커피'를 팔기위해 존재하는 브랜드이다.



스타벅스는 이 시대의 우리가 어디서나 즐기는 카페 문화와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고 여전히 최전선에서 산업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브랜드이다. 개인적으로는 공대생이었던 내가 외식업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만든 브랜드라서 더 특별하게 생각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당대에 잘 나가던 패밀리 레스토랑들 


필자가 외식을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은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최고의 자리에서 서로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TGIF, 베니건스, 아웃백이 선두를 다투고 있었고 빕스, 토니로마스, 마르쉐, 씨즐러등이 그 뒤를 쫓고 있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모임 장소는 자연스럽게 패밀리 레스토랑이 제 1순위였던 그런 시기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통신사 제휴 할인 이벤트가 난립하며 고유의 가치 제안 없이 비슷한 메뉴를 가지고 가격 경쟁만을 하게 되었다.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던 패밀리레스토랑들이 비 정상적인 가격 경쟁을 하고 있어 피곤함을 느끼고 있을때 '제 3의 공간에서의 경험을 판다'라는 가치를 제시하는 브랜드 스타벅스를 만나게 된 것이다. 가격, 홍보등을 통해 매출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서 고객이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을 섬세하게 관리하여 고객 만족을 통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으며 나도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꿈이 생겼다.



그렇게 시작한 식음료 시장에서 수많은 브랜드의 흥망성쇄를 지켜보았는데 여전히 변하지 않고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브랜드는 스타벅스가 유일하다. 스타벅스에서는 마시던 커피를 실수로 쏟아도 자연스럽게 다시 제조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며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노트북으로 일을 할 수도 있다. 항상 좋은 음악이 나오고 바리스타들은 적어도 체인형 카페 중에서는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다만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맛'이다. 기호 식품인 커피의 맛을 절대평가 할수는 없지만 미국이나 국내 커피 전문점 간의 비교 통계를 봐도 다른 브랜드와 맛에서 큰 차별점을 제공하고 있지 못한다. (맛 평가 점수가 맥카페나 던킨 보다 낮게 나온 적도 있으니 말이다.)


전 세계 커피 비즈니스를 바꿔버린 남자, 하워드 슐츠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전 세계에 수만개의 매장이 있는 스타벅스가 유지해야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맛,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공간은 동일하게 만들수 있지만 음식의 맛을 동일하게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글로벌 표준화를 하기 위해서는 어쩔수없이 하향 편준화가 되어버리기 쉬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 경험에 있어서 '맛'은 공간을 경험하는 여러 요소중의 한가지이기에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반해 블루보틀이 제공하는 것은 최고의 커피 경험이다. 그 브랜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최고의 커피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다'는 비전을 놓지 않고 있다. 매장은 작지만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커피머신과 정확한 핸드 드립을 위해 0.1도 단위로 온도 조절이 가능한 온수 머신등의 고가 머신을 비치하고  필터와 드리퍼를 직접 개발하는 등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커피산업 제2의 물결을 대표하는 스타벅스와 제3의 물결을 대표하는 블루보틀커피 두 브랜드 모두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가 다르다. 스타벅스는 고객에게 '제3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생겨났고 커피는 그 공간을 채워주는 요소의 하나이며 블루보틀은 고객에게 '최고의 커피'를 팔기위해 존재하는 브랜드이다.



스타벅스 리저브. 최고의 커피를 판매하지만 제3의 공간은 여전히 유효하다. 


공간을 파는 스타벅스는 일정 넓이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편안한 좌석, 와이파이, 콘센트등 고객이 집과 회사가 아닌 제3의 공간에서 쉼과 교제를 할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고의 커피를 파는 것이 중요한 블루보틀커피에게 이러한 공간은 큰 의미가 없다. 블루보틀 매장이 대부분 작고 좌석이 불편한 이유이다.  


블루보틀. 노트북따윈 꺼낼 생각도 하지말라는 듯한 테이블 높이



이는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데 자신이 무엇을 파는지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준다. 스타벅스와 같이 공간을 파는 카페라면 40평 정도는 되는 넓은 공간, 다양한 식음료, 편안한 좌석등 고객들이 공간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들에 신경을 써야한다. 항상 최악의 맛이라는 혹평이 따라다녔던 카페00가 단기간내에 스타벅스보다도 많은 매장을 낼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간을 파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커피가 맛이 없더라도 친구와 앉아서 이야기 나눌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줬기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던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비해 꽤 괜찮은 커피를 제공하며 성장한 이디야 커피


반면 이디야는 평균 15평 정도로 작은 매장을 중심으로 전개했지만 '제품'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전략을 내세웠다. 일명 가성비가 높은 커피로 가격은 저렴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커피를 제공함으로써 '커피'를 찾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사업을 전개해서 성공했다고 볼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이 두가지 사업 모델 중 어느 방향이 더 좋겠냐고 묻는다면 후자를 추천한다. 공간을 파는 비즈니스는 이미 국내 카페 규모는 포화상태라고 할수 있으며 어떻게 해도 스타벅스를 이기기 힘들다. 아주 많은 투자금을 쏟아붙지 않는 한 말이다. 다만 아직도 국내에서 '정말 맛있는 커피'를 취급하는 곳은 많지 않은듯 하다. 다수의 카페 창업자들이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고 제대로 된 커피를 취급하는 곳이 얼마 없어서 그렇기도 하다.




비즈니스를 한다면 먼저 그 브랜드가 무엇을 파는 곳인지 정해야 한다.  



고객에게 제3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컨셉인 스타벅스는 공간에서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에 집중한다. 좋은 품질의 커피는 물론 넓은 공간, 음악,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커피 이외에도 다양한 음료와 식품을 제공하여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집과 사무실이 아닌 제3의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  

블루보틀은 오직 최고급 커피에 집중한다. 매장에서의 유일한 주인공은 커피이다. 커피와 어울리는 간단한 디저트, 커피를 잘 내리는 바리스타, 커피를 마시는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는 MD제품등 말이다.  


일본에 갔을때 아침에 블루보틀에 들려서 커피를 샀지만 한시간 뒤에 스타벅스에 앉아서 쉬고 있는 나를 인지했을때 위의 두 브랜드 컨셉의 차이를 명확하게 느꼈다. 블루보틀커피는 최고의 커피 경험을 제공하지만, 커피를 받아든 이후에는 블루보틀에서의 시간이 종료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성껏 내려준 커피를 제공하면서 바리스타는 자신의 역할이 끝났음을 알리고 작은 매장 내에 어렵사리 자리더라도 주변을 둘러보면 앉지 못하고 서있는 다른 고객이 있어서 얼른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경험은 커피를 받아들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느낌이다. 지금부터 내가 몇시간을 앉아있던 편안하고 쾌적한 시간을 보장하기에 여유있게 자신의 일에 집중할수 있게 된다.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커피를 찾는 이유가 다른 것이다.  


당신이 사업을 한다면 고객이 당신의 브랜드를 찾는 이유가 명확해야 하며 그것은 당신이 무엇을 파는지를 고객이 쉽게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 첨언


스타벅스의 커피 맛에 대한 평가에서 일본의 스타벅스는 좀 다르고 생각한다. 아직 그 원인을 잘 모르겠지만 일본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맛이 한국과 다르다. 그것도 매우 많이. 라테는 우유 맛의 차이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아메리카노가 다른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한가지 단초는 스타벅스의 인스턴트 커피 비아(Via)는 제조사가 다른 것을 발견했다!!


비아 제품별 생산국 차이

같은 크리스마스 블렌드인데 한국은 말레이시아 생산, 일본은 일본 생산 제품. 알아보니 한국은 아시아 지역 소속이고 일본은 독립 법인으로 운영되서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리저브 매장에서 경험하는 스페셜티 커피의 수준은 블루보틀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으며 긴자식스에 츠타야 서점과 같이 있는 리저브 매장의 경우는 블루보틀보다 한단계 더 높은 수준의 커피 경험을 제공한다. 간혹 스타벅스가 블루보틀때문에 긴장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과연 긴장까지 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제2의 물결이라는 새로운 커피 시장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거의 스스로 이끌어온 스타벅스의 저력은 제3의 물결을 맞이해서도 여전히 선도하는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고 있다.





블루보틀 책에서 못 다한 이야기 



#1


블루보틀이 도자기 장인 이이호시 유미코와 컬래버래이션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고의 브랜드 전략을 선보이는 #블루보틀의 콜라보 전략을 살펴보자. 



#2


스타벅스가 블루보틀에 긴장해서 하워드 슐츠가 회장에서 물러나서 리저브에 집중한다고 했다고? 

이상하네 #블루보틀과 스타벅스는 다른 것을 파는데? 

공간을 파는 스타벅스와 커피를 파는 블루보틀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달라서 둘을 나란히 경쟁자로 비교하는 것은 어려워보여.



#3 


카페가 스타트업이라고? 게다가 50개 매장으로 7천억의 자산가치로 네슬레에 인수되었다?!

#블루보틀이 왜 스타트업인지 한번 알아보자.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블루보틀의 탄생부터 매각까지의 이야기,  카페가 스타트업이 되어 가는 과정, 세계 커피 전쟁에서 블루보틀의 위상등 브랜드 전략에 대해서 압축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북저널리즘 시리즈 18번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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