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일에 엄마 찾아뵈려고 전화드렸다.
-오늘 어디 가세요?
-복지관 출근인데…
-엥? 홀수일인데?
-수강인원이 많아져서 넓은데로 이사 간다고, 청소인원을 더 뽑았어. 신입(이 70살을 훌쩍 넘은) 직원이 잘 모르니까 내가 가리치야 돼서 홀수로 바깠어
-와~ 엄마 선임이시네
-하하~ 그리 됐네
-인자 짝수일 맞차야겠네
-응, 그래라
-몸은?
-감기 걸리서 이때까지 고생하다가 약 먹고 많이 좋아짓다. 니는 괘안나?
-야~ 아픈데 없어요
-항상 운전 조심하고, 다치지 말고, 밥 잘 챙기먹고
-네, 그럴게요. 드가이소
-응, 드가
엄마는 토일을 제외한 짝수일 2시간씩 복지관 청소를 하시고 받는 노동의 대가는 한 달에 많아야 이십 몇만 원이다. 이런 불안정하고 질 낮은 일감을 공공 일자리라 한다. 대한민국 공공의 수준이 딱 이 정도다.
-오며 가며 차비 빼면 얼마 안되구만 혹시라도 다치면 우짤라고… 집에 계시지
-움직이야지, 가만있는 노인네가 더 아프고 더 빨리 늙는다
-살살 운동하시마 되지
-운동하고 일은 다르지. 이래라도 하면서 또래도 만나고 하는 기지
-아파트 경로당에 또래 많잖아. 거기 가시면 되지
-거 가봐야 자식(손주) 내세울 거 없으마 사돈의 팔촌까지 자랑하고 옛날에 자기 집에 금두꺼비 있었다며 거들먹대는 노인네들…(고개 절레절레)
-와? 내가 택배 해서 부끄럽나?
-머라카노? 다칠까 봐, 살이 빠지서 걱정이지. 먹고살라고 택배하는기 머가 부끄럽노?
-엄마가 노인네면서 노인네를 싫어하노?
-젊어도 지 얘기 없으마 늙은 기지, 남 얘기 옮기면서 지 얘긴 줄 알고, 그런데를 뭐 하로 가노? 재미없다
-오~ 엄마 멋있다!
-됐다
80을 앞둔 국졸 출신(임에도 학력 콤플렉스 없는) 엄마는 지혜와 지식은 다르고 학력과 현명함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50 중반의 대졸 출신 자식에게 가르치는 여전한 선임이다.
그나저나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는데, 분명 걱정되고 불안하고 싫은 점이 있었을 텐데 왜 안 하셨는지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