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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Feb 09. 2024

명품은 개뿔!

늙은 노동자가 보기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훼손한 주가 조작이 더 큰 범죄이고 엄벌해야 하는데, 그 얘긴 쏙 들어가고 명품백만 떠뜬다. 대통령과 대담을 진행한 방송인은 감히 명품백이라 못하고 파우치라 했다. 봉건왕조 시대에 호부호형을 못했던 홍길동이 21세기 자본주의 민주공화국에서 부활할 줄이야.


진품이든 짝퉁이든 명품백이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으니 전 국민 애호제품이라 자본주의 체제를 지키는 것보다 명품백에 관심이 많은가보다. 삼성가의 따님처럼 천만 원 넘는 가방을 아무 때나 들고 다닐 형편은 안되지만, 명품은 갖고 싶으니(남자가 외제차로 대우받는다 착각하듯) 몇 백만 원짜리 가방을 지르고, 몇십만 원 하는 지갑과 액세서리로 인정욕구를 채운다.

명품백 안은 이전 가방에 들었던 내용물이랑 달라진 게 없고, 인터넷쇼핑으로 옷을 사는 건 그대론데 말이지.


원산지 속일 때 포장만 바꾸는 걸 포대갈이라 하는데, 내용물은 그대론데 껍데기를 바꿔서 있어 보이는 존재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명품백과 포대갈이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명품의 사전적 정의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지만 언제부터 아주 비싼 고가의 가방으로, 명품백으로 명사화되었고, 여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선물로 당연시되었다.


명품이란 이름에 걸맞게 입이 딱 벌어지는 디자인을 본 적 없고, 상표(는 어찌나 촌스럽게 큼지막한 지) 떼면 어디 제품인지 모를 정도로 구리고, 좋은 가죽이면 가벼워야 할 텐데 엄청 무겁고, 기능과 내구성이 탁월하지도 않은데, 비싼 가격에 사서 들고 다니는 게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


하기사 연기로 사라지고 끝나는 몸에 안 좋은 경제성 제로인 담배를 피우는 나를 비흡연자가 이해할 수 없듯, 스스로의 선택에 중독된 담배처럼 명품은 남의 시선에 중독됐다는 점에서, 백해무익인걸 알지만 헤어나지 못하는 중독 기호품이란 점에서 비슷하다. 담배 피우면 온갖 욕을 먹고, 명품백은 욕심을 먹는 차이다.


“모건스탠리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는 세계 1위로 2022년 결산 기준 1년 만에 명품 소비액이 대폭 증가하여 169억 달러 (20조 9천억 원)“,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품을 과시하는 것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일본 45%, 중국 38%인 반면 한국은 22%에 불과”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명품백을 수입해서 파는 기업이 법적 고용의무를 아무렇지 않게 반복해서 어기고도 당당하게 영업할 수 있는 건 법을 어긴 처벌의 대가가 푼 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이 매년 법을 어겨도 명품이라면 환장하고 환호하는 소비자의 호응이 있어서 가능하다.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민감한 자존심 센 명품족들의 더불어 살아가야 할 타인의 삶에는 무관심한 낮은 자존감 덕분이다.


경제적으로 부족할 거 없는 대통령의 아내도 덥석 받는 명품백이다. 어떻게 만들고 유통되는지 과정에는 관심 없고 눈앞에 보이는, 내 손에 들린 명품백만 쫒은 결과 덕분에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는 망해가는 중이다. 명칭부터 바꿔라, 명품은 개뿔, 사치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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