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사랑 고백하려고, 아름다움을 노래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지
하루 먹고사는 게 전부였던 시절,
나에게, 우리에게 닥쳐올 위험을 쉽게 알아들을 무엇이 필요했다지
말은,
그렇게 생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지
효율성을 우선하고,
선악을 나누지 않고, 좋고 싫음이 없지
때로는 심장을 베어낼 듯 섬뜩한 칼로,
지친 나를 포근하게 감싸는 이불로,
말은,
말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바뀐다지
마음은 각자의 숫자만큼 다를 텐데
‘사랑’ 한 단어로 퉁치는 말은,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사랑을 떨쳐내려는 말은 지독하게 아프고,
사랑을 품으려는 말은 황홀하게 달콤하게
한 사람의 말이 이렇게 다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마음에 없던 말을 쏟아내고
돌아서면 후회하는 말은
한 순간 불어댄 바람처럼 흔적 없이 사라질,
순간의 마음이 선택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