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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Nov 22. 2023

파슈수, 탈났다

안그래도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별 선물이 된 파란색 슈퍼커브 110(애칭이 파슈수, 선물을 준 사람 이름과 파란 슈퍼커브의 조합)을 7월 말에 샀다. 8월 초 급한 마음에 버스 전용차로 들어가다 버스와 추돌, 잠깐 기절, 어깨와  옆구리에 타박상으로 10여 일 쉬었다. 그 후 차체 떨림이 심해 대리점 갔더니 핸들축 틀어졌고, 서스펜션 주저앉았단다. 불과 한 달도 안 돼서 차값의 1/3 가격으로 수리.


그 뒤로 마음이 답답하거나 질주 본능이 꿈틀대면 곧잘 타고 다녔다. 자동차가 줄 수 없는 쾌감, 이건 오토바이를 타봐야만 알 수 있다. 80킬로 정도 되면 차체 떨림이 심해지고, 속도감이 더 있었으면 싶은 마음이 들어 상급 기종을 기웃거리는 나에게, 지금 충분히 만족하지 않냐, 욕심이 화를 부른다 타일러서 소비욕망을 잠재운다.


지난주 대동고에 이어 오늘 금곡고 강의를 앞두고 어제 엔진오일과 필터를 교체했다. 실제인지 기분 탓인지 배기음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오늘 아침 1시간을 달려 고3들을 만나 내가 못해서 아쉬웠던, 어떤 삶이든 자신이 원하는 걸 찾을 준비를 해라, 친구 딱 한 명을 만들라는 얘기 했다.


집에 돌아와 쉬다가 오토바이를 타는데 기어변속 하고 엑셀을 당겨도 안 나간다. 내가 뭘 잘못 조작했나 싶어, 다시 하는데 부르르 거리며 시동이 꺼진다. 이게 뭐지? 강제 시동 거는 장치를 이용해도 바람 빠지는 소리에 헛바퀴만 돈다. 대리점 전화했더니 오일필터가 찢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오일이 샌다더니, 어제 오일 갈고 나사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 오일이 다 샜다며, 오일 없는 상태에서 실린더가 작동했으니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자신들 잘못이니 전체 점검을 제대로 해서 연락드리겠다며, PCX를 그동안 타라고 준다.


딸배들이 왜 PCX 타나 싶었는데, 오~ 엄청 편리하고, 조용하고, 속도 쭉쭉 나가는구나. 근데 재미가 없다. 재미없는 오토바이보다 적당히 기분 좋은 배기음과 기어 변속이 있는 슈퍼커브가 나랑 맞다. 오토바이는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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