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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Feb 26. 2024

초파리의 공포에 대한 생각

문을 닫아뒀건만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들어왔는지,

그저 성가셨던, 지금껏 무수히 만난,

없어졌으면 했던, 왜 있는지 모를 초파리,


의미 이전에 생명은 있고,

살려는 본능이 있었을 텐데,

동료의 죽음으로 자신의 생명이 줄어드는 초파리,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한낱 미물인 그들에게도 죽음의 공포가 있었다.


미안해, 한 마디로 끝내지 않고,

힘들지, 서운했지, 위로받고 싶었는데,

그걸 몰라주는 당신에게 쌓인 감정으로

죽고 싶다, 그 말을 쏟아낸 그 밤의 길,

사랑을 속삭이고 나눴던 길,

해서는 안될 말이었다.


입 밖을 나오는 순간, 주워 담기 힘들어

무서운 말,

그 말들이 초파리가 되어, 살려는 본능으로 앵앵거린다.


“15년 이상 초파리 연구를 해온 미국 미시간대의 크리스티 젠드론 교수팀은 실험을 통해 동료의 죽음에 대한 목격이 노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공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48시간 동안 초파리 사체와 함께 있던 초파리는 수명이 거의 30% 단축됐다.(한겨레신문,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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