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피로회복제, 박카스

by 딜리버 리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하루 종일 내릴 듯 시커먼 먹구름이 잔뜩이다. 비 온다고 주문량은 줄지 않고, 비오니 안전사고 조심하라면서 배송량을 줄여주진 않는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택배족, 단언컨대 없다. 특히, 춥기까지 한 겨울비!


길은 미끄럽고(두 번 미끄러졌지만 자연스러운 슬라이딩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는 프로페셔널!), 상품 젖으면 항의 들어오고, 운전 신경 쓰이고, 신발부터 젖기 시작해서 양말, 발로 전달되는 찝찝한 느낌, 그 상태로 몇 시간을 돌아다닌 뒤 양말 벗으면 오랜 시간 욕탕물에 담갔던 것처럼 허옇게 퉁퉁 불은 발, 어흐~ 싫다.


처음엔 신발 안 젖게 하려고 물 고인 곳을 피하고 그러지, 아무리 해도 신발은 젖을 수밖에 없고, 신발과 양말을 통과한 물이 발에 충분히 감지되면 장화 신은 듯 거침없이 걷는다. 에잇~ 이왕 베린 몸!


사람 한 명 지나다닐 좁고 바닥이 울퉁불퉁한 골목길 안쪽에 사는 00 씨는 고양이 건식사료 20kg를 자주 주문하는데 최소 2개 이상을 시킨다. 택배족이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무겁거나 대량을 자주 시킬 고객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고객님, 우리 천적 관계인가요?


오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주문으로 택배족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고양이 사료 3개, 박스 세제 2개를 카트에 싣고 낑낑대며 집 앞에 도착하는데 문이 열리며,


“아이고~ 고생했어요”(의외로 이런 말이라도 해주는 사람 없다)

“후와~ 맨날 오는데 하나씩 시키지요”

“미안해서 우짜꼬, 힘들지요”

“다음부턴 하나씩요”

“하모”(대답과 다르게 매번 2개 이상 시키면서)

돌아서는데,

“잠시만”

“와예?”(택배족을 불러 세우는 건 항의 또는 부탁일 확률이 높다. 설마 저걸 집안으로 들여놓으라고!)

(지난번에 배송했던 박카스랑 강장음료를 주며) “매번 무거운 거 갖다주고 미안해서, 기운내소. 노란 뚜껑이 더 좋은거래“

“아이고~ 말라꼬. 잘 무께요. 다음부턴 하나씩!”

“하모, 비 오는데 수고하소”

“야”

다음에도 00 씨는 박카스를 주며 미안해할 테고, 나는 한 개씩 시키라는 말을 또 하겠지. 고객님, 우리 공생 관계인가요?


한국인의 피로회복제라며 광고하는 박카스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찾아봤더니, 일본인의 피로회복제를 베낀 거였네. ㅎㅎ

https://re-rock.tistory.com/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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