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족이 바라는 대운은 누구나 그렇듯 로또 당첨이지만 매일 반복하는 택배노동에 필요한 현실의 대운은 기프트(물품)빨과 핀(배송지)빨이다. 같은 구역이어도 어제, 오늘, 내일의 배송지와 배송물량은 다르니까, 오늘 어디에 갈지, 얼마나 물량이 많을지 알 수 없다. 계단 많이 안타는 배송지에 봉투에 든 기프트만 가득하길, 비나이다.
배송앱 지도에 배송지가 표시되는걸 핀이라 하는데 같은 배송구역이어도 배송지는 매번 다르다. 물론 거의 매일 시키는 고갱님도 있다. 어쨌든 배송지가 몰려 있으면 배송시간 단축되고, 몸이 훨씬 편하다. 하지만 차량 진입 안되고, 계단과 비탈길을 한참 올라야 하는 외로운 늑대 같은 나 홀로 집들이 많으면 핀빨이 없다 한다.
차량에 적재할 때 오늘 배송물품(기프트)을 보는데 가구류(매트리스, 홈트 제품 등), 고양이 모래 또는 반려동물 사료, 박스 포장된 세제나 쌀 등과 같이 부피 크고 무거운 상품이 많을 경우 기프트빨이 없다 한다. 엘베 있는 아파트는 어떤 물건이어도 별 문제 없는데, 언제나 그렇듯 주택은 햐아~ 한숨부터 나온다. 언제 어디서나 그렇듯 운칠기삼, 택배에도 적용된다.
01. 600x800x400 사이즈의 나무 재질 수납장(4년의 경험으로 20kg 넘는다)을 차량 들어갈 수 없는 비탈길 연립맨션 3층까지 낑낑대며 힘겹게 내려놓는 순간, 문 앞에 똑같은 수납장이 딱! 반품이다. 젠장~ 기프트빨과 핀빨이 최악에 최에에악! 배송하고 반품 들고 내려와서 차량에 싣는데 팔과 다리가 후덜덜~ 겨우 짐칸에 올리고 담배 한 대 피우며 무조건 강제 휴식.
02. 지번이라고 올라가기만 하는 건 아니다. 어떨땐 차도에서 내려가야 한다. 계단 내려와 4층까지 완전 낑낑대며 올랐더니, 같은 제품이 반품으로 문앞에 똭, 후와~ 한 번에 오르느라 겨우 버틴 다리 힘이 쫙 풀리고, 물건 끝에 걸쳐있던 손끝에 힘이 안들어간다. 이거 네버엔딩 스토리 아니겠지. 여기서 어서 벗어나고 싶다. 일단 휴식.
03. 매번 가는 한 동짜리 아파트, 최소 두세 집은 핀이 떴는데 오늘은 딱 한 집뿐이다. 엘베 있는 아파트인데, 아쉽다. 공동현관 비번 누르고 들어서는 순간, 발이 어디에 걸리며 휘청대다 꽈당 넘어지며 물건은 바닥에 주르륵, 입구에 턱이 있었어? 대체 왜 만든 거야! 피나게 다치진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옆구리 쪽이 당기고 트럭 타고내릴 때마다 통증이 있다. 내일 일어나면 몸이 괜찮길, 부디 아무 일 없길… 2024년 첫날, 액땜했다, 초원이 다리는 무쇠 다리, 주문을 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