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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Mar 06. 2024

로기완, 떠날 권리를 선택하다

제가 그토록 바랐던 것은 이 땅에 살 권리가 아니라 이 땅을 떠날 권리였 다는 것을.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한국 영화에서 특수부대 출신을 숨기고 살던 남주가 총칼질의 달인으로 변신하는 설정에 길들여졌고, 길들여지면 획일적이고 뻔한 상상의 틀에 갇히게 된다. 영화 보는 내내 언제쯤 남주가 변신해서 악당을 쳐부수고 여주를 구하나 싶었다.


한국 배우들이 총질, 칼질로 악당 쓸어버리는 뻔한 스토리가 지겨웠는데, 여기도 여주가 사격 도박판 선수로 뛰니 총질이 있고, 남주가 정육회사 다니니 칼질이 있다. 딱 거기에서 멈춘다. 넷플릭스에서 이런 영화를 만나다니… 감독의 뚝심이, 송중기의 연기가 과하지 않아 좋았다. 아열대지역 어디로 추정되는 곳에서의 만남으로 끝나는 해피엔딩이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이지만, 영화니까.


로기완을 본 후 지금은 연기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충분히 인정받는 배우지만, 잘생기고 어려 보이는 얼굴이 먼저 부각되던 뭘 해도 로미오로만 취급받던 디카프리오가 떠올랐다. 송중기의 미래에 디카프리오의 현재를 본 건 과장일까?


한국 사회는 포용과 환대에 무척 박하다. 특히, 사회적 약자(신체, 종교, 성별, 직업, 지역 등으로 나누지만 실은 경제적 능력만 본다)에게 더 엄격하고 못살게 군다. 이슬람의 종주국인 사우디 왕세자 왔을 때 공손모드로 앉은 국내 재벌총수들 사진에서 보듯 더 많이 가진 자에겐 찍소리도 못 낸다. 그러니 없는 이들이 이 땅에서 정당하게 살 권리가 강조되었고 그 자유를 당연시했다.


근데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권리가 진짜 자유겠구나, 싶다. 기껏 여행 가는데도 돈이 없어서, 일정이 바빠서, 누가 반대해서 등등 이런저런 핑계를 만든다. 그렇게 만든 핑계 속에 갇혀서 빠져나올 생각도 안 하면서 여행은 자유니 해방이니 한다, 가짜다.


#넷플릭스 #송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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