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금, 천지사방이 누렇다)
2023년 8월 이후 일주일에 최소 하루는 오토바이를 탔는데, 일본 여행과 엘베 고장으로 파슈수를 못 탔다. 바이크 근육이 난리를 피는 바람에 지난번에 비 오는데 무리해서 우중 라이딩을 했다가 물먹는 파카로 변한 오리털 파카를 세탁소에 맡겼다.
4월 20일은 남해 금산 등산을 예약했었는데 비 온다고 4월 27일로 연기됐는데, 그 날짜가 휴무일이 아니라 취소했다. 내일 하루 종일 비 온단다. 그러니 오늘 꼭 타야 한다. 벚꽃도 졌으니 파카 없이 타볼까? 오~ 파카 없어도 된다. 천지사방이 온통 누렇다. 비가 오긴 와야 한다.
#국립해양박물관
어딜 갈까 하다가 영도! 젊은 시절 인연이었던 영도인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을 ‘영도공화국’이라 불렀고, 스스로를 부산에서 고립시키는 독립주의자에 공화주의자였다.
부산하면 바다, 오죽하면 오션뷰 아파트를 광고하는 도시, 그 도시에 살면서 ‘해양’ 박물관을 안 갔다. 바다 좋아하고 박물관(미술관) 좋아하는 폼생폼사족으로 부끄러워 마땅하다. 출발~
박물관, 미술관의 수준과 역량은 기획전, 특별전이 아니라 상설 전시에 있다. 기획전, 특별전은 한정된 기간에 일시적으로 관객 쏠림이 있는 반짝 행사로 외부 업자의 제안과 돈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기획전시는 준비 중이라 못 봤으니 다음 기회에 왈가왈부하고, 상설전시는 어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삐까뻔쩍한 건물 외관에 기대치가 높았는데, 출입문 한편에 놓인 감시정을 보고 으음… 이거 뭐지? ‘무단 방치’가 전시 컨셉인가 싶었다. 올~ 공짜다. 그렇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이 무료인 건 당연하다. 모든 ‘국립’ 시설을 무료화 하라! 둘러본 결과, 이따위 전시에 돈 받았다간 관람객 항의가 빗발칠 것 같아 무료로 했나 보다. 이럴 바엔 입장료를 받고 제대로 된 ‘해양’ 전시자료를 갖춰라.
접근성 떨어지고 전시 자료 빈약하고 허접하고, 영상물은 하나 같이 후지다. 웬만한 구립도 너 따위 국립보단 낫지 싶다. 개관 날짜는 다가오는데 준비된 건 없고,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박물관의 미션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는 구성원(공무원)이 대학교수가 자문한 (능력도 별로인) 업체에 맡겨서 부랴부랴 개관에 맞춘 공무원을 위한, 공무원에 의한, 공무원의 박물관, 오랜만에 구경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수족관에서 평생을 물구나무서듯 유영한다는 놈과 모래 속에서 빼꼼 올라왔다 숨어버리는 녀석을 만났다. 국립해양‘수족관’으로 명칭을 바꾸는 게 나을 수 있다. 국민 세금이 얼마나 대책 없이 사용되는지, 21세기 한국의 전시 수준을 만날 수 있는 귀한 장소다.
제목은 상설 전시에 있던 #하멜표류기 책에 대한 오마주다. 전시 수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하멜표류기 책(진품이든 가품이든)과 일본 가던 중 풍랑 만나 조선에 15년 살았다 설명문 달랑 하나.
하멜의 조선 생활(조선 측 기록, 하멜의 기억) 재구성, 하멜이 표류했을 당시의 해류의 흐름, 국제 관계(네덜란드, 일본, 조선) 등 하멜표류기 하나만으로 전시관 하나를 충분히 꾸릴 수 있겠다. 사탐이니 과탐이니 학생 시험에도 탐구가 들어간 지 한참인데, 탐구심이 최고치여야 할 박물관에서 이따위 단편적 설명문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