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연지못
20240330(토, 흐림)
집-강서도서관(책 3권 빌림)/브라이트 베이커리(수다)-창녕 연지못(둘리식당 밥 먹고 수다, 산책)-집
흐리지만 바람이 차지 않아 오~ 토바이 타기 좋은 날씨다. 벚꽃 피고 날씨도 풀렸는데 어디로 갈까 찾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창녕 연지못, 당일 라이딩 중 제일 먼 곳이다. 뭐,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니 가보자고!
1. 둘리식당
현지인 추천 맛집으로 칭찬이 자자하기에, 기대와 실망은 비례한다더니 기대치가 컸다. 어느 동네나 있는 특별하지 않은 식당이다. 계산하면서 주인장에게,
-식당 이름이 와 둘린교?
-와요?
-30년 된 가게 이름으로 특이해서요
-키우던 강아지 이름이 둘리였어
-강아지요?
-야, 죽었지
-강아지를 엄청 이뻐하셨나 봐요
-그랬지. 요새도 길고양이 밥 챙겨주고 그래
찾아보니 #아기공룡_둘리 1983년부터 10년간 보물섬에 연재되었다.
2. 벚꽃
전국적으로 유명한 진해를 비롯해 인근의 낙동강변 등 벚꽃 명소가 여럿 있다. 굳이 찾지 않아도 지자체들이 여기저기 어디나 벚나무(파묘마저 항일이니 해싸도 사꾸라는 일본꽃, 벚꽃은 국산, ㅎㅎ)를 가로수로 심은 덕분에 오토바이 타는 내내 눈이 부시도록 벚꽃 구경을 실컷 했다.
3. 연지못
마을에 화재가 잦아 연못을 만들었다는데, 글쎄다. 초가가 대부분이고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그 이유로 인공 연못을 만들었을까? 그럼 다른 동네는 왜 없을까? 추측컨대 개울물이 모이는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마을 규모가 커지면서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연못을 키우지 않았을까 싶다. 상하수도 시설이 있는 지금은 공원의 기능으로만 쓰이지만 수문과 주변 배수로의 흔적을 보면 그러지 않았을까?
어쨌든 연못 주변엔 가지가 축축 늘어진 수양벚이 즐비하고, 구경온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연못을 천천히 한 바퀴 도는데 초입에 썬크루즈(왜 이런 이름일까?) 모텔이 있다. 사람 없는 새벽에 물안개가 피어오른 연못을 조용히 산책하고 싶을때 머물기 좋은 위치다.
4. 언제나 수다
언제나처럼 출발 전 1시간 떠들고, 이번엔 식당에서 밥 먹고 1시간. 50대 남자 둘이 수다 떠는 게 신기한 지(혹은 안스러운지) 보라색으로 머리 염색한 주인아주머니가 자판기 커피라도 마셔가며 얘기하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만났던 사람에 대한 기억, 기존에 알던 삶과 다른 의외의 삶을 사는 사람을 얘기하며 각자 타고난 능력과 인연은 있다, 고정관념과 아집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더니 말투가 바뀌었다, 무소유, 무위는 뭘까? 남의 얘기라며 사회적 기준 운운하며 자신의 생각인 양 둘러대는 착각과 변명, 실제론 존재하지만 귀천이 없다는 직업, 어떤 직업을 부끄럽다 여기는 것이 차별의 시작 아닐까, 꿈과 직업을 동일시하며 결국 돈 많이 버는 직업이 꿈 등등 수다의 소재는 다양하다.
우리는 수다 떨기 위해 오토바이 타는 50대 남자들, 수다바이(수다+오토바이(혹은 아바이)다.
라이딩 파트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배송 지원가던 동료가 찍은 걸 보내줬다. 내가 오토바이 탄 모습을 볼 수가 없고, 오토바이가 작다 생각한 적 없는데, 덩치에 비해 오토바이가 작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내가 선 위치에 따라
풍경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