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가 고층에 있거나 1층에 타려는 사람이 많으면 3층 까지는 고민 없이 계단을 이용해서 배송한다. 왜? 시간은 금이니까! 과거엔 이랬다. 요즘은 엘베 있으면 2층이어도 웬만해선 기다린다. 왜? 내 몸은 금보다 소중하니까!
몸의 한계인지 누구나 그런 건지 모르지만 4층부터는 한달음에 오르기 조금 벅찬데 엘베 없는 아파트나 빌라에서 주문이 많은 층이 4~5층이다. 4를 빼고 5로 표기하는 곳도 있건만 온전한 6층도 많다. 옥상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데 602호, 503호, 606호 이런 식으로 배송하면 입에서 단내 나고 다리는 후들후들하다.
지번만 있는 산동네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는 계단, 천천히 걸어 올라도 숨이 가쁜데 쌀, 고양이 모래, 세제, 페트병 음료가 배송물품이면 아이고~ 곡소리와 함께 씨발씨발이 자연스레 나온다. 심정지 올 수도 있는 천국행 계단이다.
모든 계단은 차별이고 핸디캡이다.
먹고살려고 하루에도 수십 층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택배족은 계단을 보는 것만도 지긋지긋한데, 구성원의 건강이 걱정되는 사무직은 계단을 이용하면 수명 연장 된다는 건강문구를 덕지덕지 붙인다. 자신이 선 위치에 따라 보이는 풍경은 다르다더니, 계단에 붙은 건강 문구가 사실이라면 택배족은 이미 불사의 몸이 되었을 테고,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이지 않을까? 씨~벌 계단!
배송 마치고 담배 피우다가 젊은 동료가,
-(갑자기) 다시 태어나마 새가 되고 싶어요
-(일마가 날아가는 새X을 봤나? 뜬금없이)와?
-지 가고 싶은데 막 가잖아요
-오데! 갸들도 먹고살라고 날아댕기제
-일본 가고 싶으마 일본 가고, 내일은 중국 가고, 쓩~ 몇 백 킬로 날아가고
-머라카노! 갸들도 계절 바뀌면 정해진 동선으로 갔던 데로 날아가지. 택배족이랑 같다. 부산 갈매기가 인천 가고 싶다고 가고 안 그런다.
-진짜요?
-어, 그래서 기후 변화나 개발로 자신들이 가던 곳의 환경이 변하면 떼죽음 당하고 그러잖아
-(또 갑자기) 삼성 아들로 태어났으마 좋겠다
-(그럴 수 있다 치고)와?
-삼성 아들은 그냥 부자잖아요. 택배 안 하겠죠
26살, 3년 차 택배노동자가 부자 되고 싶은 이유가 얼마나 진심적으로 솔직하노? 부자 시켜주라! 씨~벌, 최저임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