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배송은 적재할 때부터 동별로 구분하고, 도착하면 동별로 배송하는 게 일반적이다. 적재할 때부터 주소지에 401호만 적힌 물건이 있었다. 배송송장에는 안 나오지만 배송어플에 상세 주소가 있는 경우가 왕왕 있어 1동에 같이 둔다.
허어~ 배송어플에도 401호만 있다. 이럴 땐 지체 없이 고객에게 바로 전화, 한 번, 두 번, 세 번해도 안 받고, 이번에 안 받으면 회사에 보고하고 주소오류로 미배송처리다. 네 번째에 통화 연결,
-안녕하세요? 000 고객님, 택배입니다
-무슨 일인교?
-주소가 401호만 적혀있어서요
-401호 맞습니다
-아파트에 동이 여러 갠데 401호만 갖곤 배송할 수 없어서요
-401호 맞는데요
-몇 동 이세요?
-지금 집에 있어요
-네, 몇 동인지 알아야 갖다 드리죠
-내가 아니라 아들이 시켰어요
슬슬 킹 받기 시작한다
-000 고객님 아니세요?
-맞아요
-동을 알아야 배송하는데, 몇 동이세요?
-아들이 신청했다니까요
-(감정을 꾹꾹 누르며) 제가 113동 앞에 있는데 몇 동 사세요?
-동은 왜요?
-동을 알아야 물건을 갖다 드리잖아요
-아~ 112동요
아~ 진짜!
소귀에 경읽기, 쇠귀에 경읽기 어느 게 맞는지 모르지만 소도 이만큼 얘기했으면 상대가 뭘 얘기하는지 알아듣지 않을까? 대화의 기본은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남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마음이 없는 자, 녹음이라도 한 듯 자신의 말만 반복하는 자, 그는 자신의 가족, 친구의 말은 잘 듣고 다정다감한 목소리를 들려줄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데, 그럴 리 없다.
사람은 몸과 마음으로 이뤄졌듯 모든 노동은 감정과 육체를 포함한다. 택배는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의 비중이 어느 정도 될까? 육체노동이 압도적으로 높을 테지만 감정노동이 있을 수밖에 없다. 노동의 본질이 그러하니까. 몸이 힘든 건 택배노동의 숙명이니 어쩔 수 없다. 마음이나마 평안할 수 있게 주소지 정확하게 적어주세요, 다정다감하고 배려심 많은 고객님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배송 마치고 복귀하는데 이제 막 꽃봉오리가 맺힌 벚나무 너머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배 한 척이 떠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