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준의 마라토너들은 42.195km를 2시간 10분 이내로 뛰는데, 100m를 20초의 속도로 2시간 정도를 달리는 셈이다. 마라톤 동호회에선 3시간 안에 완주하면 고수로 인정받는다는데 시간당 14km를 달리는 셈이다. 즉, 마라톤은 빠른 속도로 오래 달리기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구력 필수고, 정신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단다. 마라톤에서 경계하는 게 상대를 제치려고 평소 연습한 달리는 방식을 바꾸거나, 컨디션 좋다고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처럼 자신의 페이스를 잃는 거란다. 평소 하던 대로 뛰어야 한단다.
택배도 그렇다. 단거리면 우사인 볼트처럼(은 절대 될 수 없지만!) 전력을 다해서 배송을 끝내려고 하겠지만, 최소 대여섯 시간 넘게 그렇게 일을 할 수도 없고, 했다간 제풀에 지친다.
담배를 피우건 딴생각을 하건 힘들어도 일정한 보폭과 같은 속도로 멈추지 않고 약간 빠른 걸음으로 다리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 급한 마음에, 컨디션 좋다고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 무리하면 탈 난다. 자신의 보폭과 속도를 유지해야 하고, 얘기를 나눌 상대가 없다는 점도 마라톤과 같다.
택배 하기 전 몸무게가 84kg 내외였고, 택배하고 한 달쯤 뒤에 10kg 빠졌고, 그 후로 72kg 내외를 몇 년째 유지했다. 몸이 택배에 최적화되면서 아팠던 무릎도 괜찮아졌다. 2023년 5월에 심신허약으로 쓰러지고 70kg 이하로 떨어졌고, 그 후로 마의 벽처럼 70kg를 넘어서지 못했다. 체지방율 8%, 자연스레 복근이 생길 정도로 마라토너의 몸과 외형(만)은 비슷했다.
아직도 갑작스레 예고도 없이 슬픔의 감정이 들이닥칠 때가 있다. 눈물이 왈칵 쏟고 가슴 안쪽이 뻐근하면서 마음속에 먹먹함이 꽉 들어찬다. 운전 중에 그런 증상이 오면 대책이 없다. 그 자리에 멈추는 수밖에. 이러다 사고 나겠다 싶지만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처럼. 마침 신규업무 인원을 모집하기에 돌파구를 찾자 싶어 지원했고, 1월 말부터 배송이 아닌 업무로 배치되었다.
걸음수는 배송할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만보가 넘게 걷지만, 무거운 물건을 들고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는다. 택배와 다른 점은 같은 업무를 하는 동료들과 같이 밥 먹고, 같이 쉬고, 정해진 시간에 일한다.
개별적이고 파편화 된 택배 업무때는 생기기 힘들었던 동료애, 노동자 의식이 싹트는 느낌이 살짝. 예전이랑 다를 바 없이 먹는 양과 질은 간단 부실한데, 76kg 찍었다. 버는 거에 비해 쓰는 게 많으면 지갑이 얇아지듯, 먹은 것보다 많이 움직이면 몸무게는 줄어든다.
택배와 마라톤은 살 빼는데 최적의 노동이고,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