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택배노동자는 배송노선이 고정이 아니고 매일 바뀌며, 다른 조 근무인원이 부족하면 배송지원을 간다. 좋은 노선(아파트) 걸리면 개꿀, 차량 진입이 안 되는 골목길(중에도 산동네) 지번이면 생고생이다.
어제는 망양로, 중앙공원로, 해돋이로 등 이름만으로도 몸이 움츠려 들고, 아이고~ 곡소리가 절로 나오는 배송난이도 최상급인 곳이었다. 입사 이래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역대급으로 걸었다. 얼마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는지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택배족에게 나중은 없다. 오직 지금 뿐! 읏챠~ 힘이여 쏟아라.
그나마 아파트가 끼여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아악~ 엘베 없는 5층 아파트! 또 계단이다. 지금은 25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가 흔하지만 3~40여 년 전엔 아파트는 부자들이 사는 별천지였다. 아파트처럼 옆집과 다닥다닥 붙은 건 비슷한 초량 산복도로 밑 10평 남짓 집에 살던 내 눈엔 특히 그랬다.
그 당시 부산 곳곳에 있던 삼익 아파트(남천동 삼익 아파트가 대표적)는 부자들이 사는 곳이었고, 엘베 없는 5층짜리 삼익 아파트도 경제력 있는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였다. 그때는 그랬다.
배송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눈호강을 하는 경우가 있다. 세월 앞에 장사없다더니 재개발 심의 통과 현수막이 곳곳에 붙은 한때 잘나갔던 아파트에, 그 세월만큼 벚나무가 아파트 전체에 자리잡고 있다. 벚꽃이 활짝 폈고, 바람불자 눈꽃처럼 우수수 흩날린다. 다행히 배송 막바지라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볼 여유가 있다. 25층 이상 아파트가 들어서면 저 나무들은 뽑힐 테고, 지금 같은 파란 하늘 뷰는 사라지겠지만, 부동산민주공화국 동료시민들에게 저따위 벚꽃쯤이야! 아무것도 아닐 테지.
벚꽃이 지면 택배족이 싫어하는 더위가 성큼 다가온다. 내일 당장 땀이 뚝뚝 흐를 더위가 오더라도 이렇게 벚꽃 휘날리는 멋진 풍경은 오늘뿐이다. 가사를 몰라 멜로디로만 장범준의 #벚꽃엔딩, 흥얼거리며 그저 바라본다.
carpe diem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오예
몰랐던 그대와 단 둘이 손 잡고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오예
https://youtu.be/tXV7dfvSefo?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