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의 유리구두

by 딜리버 리

언제든 대체가능한 인원이 있는 300인 이상 기업의 정규직 택배노동자의 월급은 5년째 그대로지만 주 5일 근무에 연차 사용이 자유롭다,가 장점이다. 요즘 흔히 쓰는 워라밸은 잘 모르겠고, 정년까지 아프지 말고 연차사용해서 여행 다니자는 노동자의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3~4년 일하면 싫증내는 편인데 지금껏 제일 긴 기간을 일하고 있는 중이다. 몸으로!


젊은 동료들은 5~6일 몰아서 일하고 3~4일 연달아 쉬기도 하는데, 가만있어도 삐걱대는 몸이 버거운 50대는 가급적 3일 이상을 근무하지 않으려고 휴무일 조정에 공을 들인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면 좋지만 세상 일이 그렇듯 그런 일은 드무니 어쩔 수 없이 4일, 5일 연속으로 일하기도 한다.


마법이 풀리는 밤 12시가 지나면 황금마차는 호박이 되고, 화려했던 드레스는 허름한 옷이 되는 신데렐라처럼 매주 수요일 밤 12시가 넘어가면 택배족 단톡방은 야시장이라도 열린 듯 활발하고 활기가 넘친다. 다다음주 휴무일이 배포되는 시간대다. 무작위로 꽂힌 다다음주 휴무일을 자기 필요한 날로 바꾸기 위해 며칠 찾아요, 며칠 구해요, 며칠 있어요, 제발 바꿔요 등 여기저기서 자기 날짜와 바꾸자는 호객꾼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시끌벅적 댄다.


다행히 지난달, 이번달 연속으로 야시장에서 약간의 수고만으로 3일 또는 2일 일하고 휴무일이 배치되는 근무 스케줄이다. 이 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 당장 다음 주부터 엉망으로 스케줄이 잡혀도 어쩔 수 없다. 내 일이지만 내일은 어찌 될지 모르니 지금 현재에만 만족해야 한다.


중장년 남자들이 떼로 나와 시답잖은 농담을 방송 내내 주고받는 #아는형님 류의 예능을 왜 볼까 싶었다.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다들 그렇게 살다 보니 필요한가? 그래도 그렇지 너무 재미없어서 결국 리모컨을 눌렀다.


반복은 루틴을 만들고, 루틴은 단순함을 요구한다. 단순함은 왜, 어떻게 라는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질문은 점점 멀어지는데
손을 뻗지 않고 있다.




신데렐라가 본명이 아니란다. 재를 뜻하는 Cinder에, 이탈리아어로 여성형 어미인 -ella가 붙은 ‘재투성이 소녀'라는 뜻으로 새언니들이 신데렐라를 괴롭히기 위해 지은 별명이란다. 그리고 왕궁에서 들고 온 유리구두를 계모가 깨트리자 신데렐라가 자신이 갖고 있던 유리구두를 꺼내 신었단다. 마법이 풀리면 화려했던 신데렐라는 재투성이 소녀가 되고, 황금마차도 호박이 되고 원상복구되는데, 유리구두만 그대로였다니, 아무리 동화라지만 개연성이 떨어진다.


부모님을 잃고 놀림을 받는 신데렐라의 처지를 위로하는 가사인데, 샤바샤바 아이샤바 후렴구는 뭔 뜻일까? 뜬금없이 천구백팔십 년대가 나온 이유가 뭘까?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놀림을 받았더래요

샤바샤바 아이샤바 얼마나 울었을까

샤바샤바 아이샤바 천구백팔십 년대

https://youtu.be/GI2EjKaMeoU?feature=shared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