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딜리버 리 May 02. 2024

눈부신 안부

Alles ist noch unentschieden. Man kann werden, was man will

아무것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

#눈부신_안부 #백수린

나는 사람이 겪는 무례함이나 부당함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물에 녹듯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침전할 뿐이라는 걸 알았고, 침전물이 켜켜이 쌓여 있을 그 마음의 풍경을 상상하면 씁쓸해졌다. -142p-


"해미야.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상대를 바라보잖아? 그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하지만 가끔 그 사람이 나 때문에 느낀 모멸감을 되갚아주기 위해 인적이 드문 새벽 일부러 찾아와 똥을 누고 간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그 똥을 떠올리면 그런 생각이 들어. 아무리 인간에게 한계가 있다 해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토록 모멸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되었던 게 아닌가 하는." -249p-


“언니, 원래 사람들은 다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거야. 그중에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은 사과를 할 수 있는 거고. “ -306p-


백수린의 소설을 처음 읽고 ‘우아하다 ‘는 느낌을 받았다. 연이어 백수린의 소설을 읽는다. 소설은 속도감, 예상밖 전개, 기상천이한 소재, 자극적 표현이 없다. 마치 고여있는 듯 보이지만 천천히 흐르는 강물처럼 잔잔하다.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로 내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는 편안한 친구처럼. 과하지 않아야 우아하다.


우아하다 : (형용사)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


오랜 기간을 만나는 동안 그의 어디가, 무엇이 좋았을까 생각해 보면 이런저런 타당한 이유를 수십 개는 댈 수 있다. 단 하나를 꼽으라면 첫눈에도, 한참 지난 뒤에도 그는 우아했다.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는 고유의 성질은 있고, 그걸 잃으면 자신은 사라진다. 우아함을 잃지 마~

매거진의 이전글 말하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